삶의나침반

장자[121]

샌. 2010. 5. 30. 07:14

공수반이 손으로 선을 그리면 그림쇠와 곱자에 맞았다.

그것은 손가락이 자연의 조화와 함께할 뿐

마음으로 계교하지 않았으므로

정신의 집이 전일하여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은 잊은 것은 신발이 적의(適宜)한 때문이며

허리를 잊은 것은 허리띠가 적의하기 때문이며

지혜가 시비를 잊은 것은 마음이 적의하기 때문이며

내심이 변하지 않고 외물을 추종하지 않은 것은

사물을 대함이 적의하기 때문이다.

비롯됨이 마땅하면 마땅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마땅하다는 것조차 잊고 나아가기 때문이다.

 

工수旋而蓋規矩

指與物化

而不以心稽

故其靈臺一而不桎

忘足 구之適也

忘腰 帶之適也

知忘是非 心之適也

不內變 不外從

事會之適也

始乎適 而未嘗不適者

忘適之適也

 

- 達生 8

 

신발이 발에 잘 맞으면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린다. 허리띠가 잘 맞으면 허리를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다. 반대로 신발이 맞지 않으면 발이 불편하고 걸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오래 걸을 수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자연의 원리'[道]에 맞을 때 삶은 물 흐르듯 부드럽다. 시비를 잊고 외물을 따르지 않는 자적(自適)의 경지에 이른다. 자연스럽게 살아라.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꽃이 피면 꽃을 즐겨라.그런 것이 무위의 삶이다. 애 쓴다고 멋진 삶이 되는 게 아니다. 도리어 맞지 않는 신발처럼 거추장스럽고 방해만 될 뿐이다.

 

지인은 무엇이 마땅하다는 것조차 잊고 나아간다. 공기가 있어도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물과 하나가 되어 물을 잊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소중하다고 생각될 때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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