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20]

샌. 2010. 5. 23. 06:37

신은 목공일 뿐입니다.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있다면

신이 그것을 만들 때는 기(氣)를 소모시키는 일이 없습니다.

반드시 재계하여 마음을 고요히 하는데

재계 삼 일이면

모든 칭찬과 작록의 마음을 품지 않게 됩니다.

재계 오 일이면

비난 칭찬 잘되고 못되는 것에 마음 쓰지 않게 됩니다.

재계 칠 일이면

문득 제가 사지와 형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습니다.

이런 때는 공실도 잊고

기술이 전일하고 외부의 어지러움이 소멸됩니다.

그런 경지가 된 연후 산림에 들어가면

나무의 천성과 재질의 지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연후 편종 걸이의 완성된 모습이 눈에 나타납니다.

그런 연후에 손을 대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둡니다.

그런즉 나무의 천성과 저의 천성이 합해집니다.

작품이 신기로 의심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臣工人 何術之有

雖然有一焉

臣將爲거 未嘗敢以耗氣也

必齊以靜心

齋三日

而不敢懷慶賞爵祿

齋五日

不敢悔非譽巧拙

齋七日

첩然 忘吾有四肢形體也

當是時也 無公朝

其巧專而外滑消

然後入山林

觀天性 形具至矣

然後成見거

然後加手焉 不然則已

則以天合天

器之所以凝神者 其是與

 

- 達生 7

 

편종 걸이를 잘 만드는 경(慶)이라는 대목(大木)이 있었다. 그 솜씨가 신기에 가까웠다. 이 부분은 무슨 기술로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노나라 제후의 물음에 대한 경의 대답이다.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앞의 '인간세' 편에 나오는 안회와 공자의 대화를 연상시킨다. 폭정을 하는 위나라 독재자에게 가서 나라를 바로잡으려 하는 안회에게 공자는 가지 못하게 말린다. 의욕만으로 일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자의 대답은 오직 한 마디뿐이었다. "재계하라![齋]' 그러면서 "오직 도는 빈 곳에 머무는 것이니, 비우는 것이 마음의 재계다.[唯道集虛 虛者心齋也]"라고 말한다. 폭군을 교화하고 나라를 바로잡으려는 욕심을 버릴 때라야 진정으로 폭군과 소통할 수 있고 뜻을 이룰 수 있다. 명성과 자기를 잊어야 아름다운 명품이 탄생된다. 대목 경은 재계 칠 일에 자신이 사지와 형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무와 하나가 되고 천성이 합쳐지면서 신기라고 불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장자 철학의 핵심이 바로 '빈 마음'[虛心]이다. 그것이 바로 자연(自然)의 모습이다. 그러면서 못 이루는 것이 없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자연을 닮는다는 것이고, 도(道)에 일치하는 인간의 본모습이다. 복잡한 세상사는 무언가를 이루려는 유위(有爲)에서 비롯된다. 즉, 공명심이나 소유욕 같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은 개인의 성취욕과 경쟁을 너무나 자극한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인 면보다는 표피적이고 기능적인 측면만 중시하게 된다.처세술 책이 넘치지만 인간을 따뜻하게 해 주지는 못한다.원자적 인간관계로 인한 소통의 부재, 생명계와의 부조화는 이 시대의 가장 큰어려움이다. 문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예민한 사람이라면종말의 징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다만 그때에는 엄청난 혼란과 통증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장자의 가르침이 바로 그 근본에 닿아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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