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에서 기왓장이 상품으로 걸리면 기술을 다할 수 있지만
은고리가 상품으로 걸리면 떨리고
황금이 걸리면 혼미해진다.
기술은 동일하지만
아끼는 마음이 있어 외물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무릇 외면이 중시되면 내면은 궁색해지는 것이다.
以瓦注者巧
以鉤注者憚
以黃金注者혼
其巧一也
而有所矜 則重外也
凡外重者內拙
- 達生 4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기본 오락인 고스톱을 치지 못한다. 하는 방법이야 알지만 워낙 서툴러 자리에 낄 수가 없다. 고스톱 뿐만 아니라 돈이 걸리는 모든 내기에 약한 편이다. 그 이유는 워낙 좀생이다보니 돈을 잃게 되면 마음이 흔들려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짜가 되려면 흔들림 없는 강심장이 있어야 한다. 운동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큰 승부에서 마음이 흔들리게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러므로 상대가 있는 게임도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외물(外物)에 욕심을 가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그러면 자신의 능력마저 발휘할 수 없다. 활쏘기에서 기왓장이 상품으로 걸리면 편안하게 자신의 실력을 낼 수 있지만, 황금이 상품으로 걸리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황금에 마음이 흔들린 탓이다. 장자는 외면을 중시하면[外重] 내면이 궁색해진다[內拙]고 말한다. 외물이란 돈 뿐만 아니라 개인이 집착하는 모든 것이다. 명예가 될 수도 있고, 자식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위해 온 정성을 바쳤더니 결국은 남은 것 없고 인생의 허무를 느끼는 것이 모두 외물을 중시한 탓이 아니겠는가. 내졸(內拙)이 되어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을 경계하고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