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15]

샌. 2010. 4. 23. 11:11

술 취한 자는 수레에서 떨어져도

비록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골절은 남과 같지만 해를 입는 것은 남과 다르다.

그 정신이 온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레를 탄 것도 추락한 것도 지각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은 놀랍고 두려운 것이지만

그의 가슴 속에 침입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물과 뒤섞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술 취해도 온전하기 이와 같았는데

하물며 천성을 온전히 할 때야 말 할 필요가 있겠는가?

성인은 천성을 간직하고 있으니 상할 수 없는 것이다.

 

夫醉者之墜車

雖疾不死

骨節與人同 而犯害與人異

其神全也

乘亦不知也 墜亦不知也

死生驚懼

不入乎其胸中

是故오物而不습

彼得全於酒 而猶若是

而況得全 於天乎

聖人藏於天 故莫之能傷也

 

- 達生 2

 

대형사고가 났을 때 어린아이가 어른들보다 살아남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가장 연약한 아기들이 어째서 생존 확률이 높을까?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장자는 죽음의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어른들은 죽음 앞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몸은 경직된다. 그런 상태는 외부 충격에 쉽사리 상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아직 생사의 분별을 모르는 아기는 부드러움을 그대로 유지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완전한 상태다.

 

장자는 여기서 술 취한 사람을 예로 들었다. 술 취한 사람과 맨정신인 사람이 같이 수레에서 추락한다면 술 취한 사람이 덜 다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술 취한 사람은 수레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삶과 죽음에 대한 관념이 없다. 그러므로 온전할 수 있다. 장자가 술 취한 사람을 비유로 들었지만 장자가 말하려는 바는 정신의 온전한 상태, 즉 천성을 간직한다는 것이 바로 사심(私心)을 버리는 걸 가리킨다. 무기(無己)며 무아(無我)의 경지를 말한다. 아무리 성난 사람도 바람에 날리는 기왓장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기왓장에는 사심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심 없음, 무아가천성을 간직한다는 것과 같다는 뜻은원래 '나'라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것은 착각이다. 하늘이 준 본래 바탕은 텅 빔이고 허공이다. 그 빈 바탕에 수없는 생각이 찰나적으로 명멸한다. 그것을 순간순간 끊어 보지 못하고 연속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나'라고 믿는 착각이고 미망이라고 할 수 있다.

 

착각 없이 온전히 그런 천성을 지키는 사람이 성인이다. 모두가 무사무욕(無私無欲)의 마음을 가진다면 천하는 평화롭고 균등할 것이다. 이렇게 하늘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잘못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자연의 도(道)에 어긋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다른 무엇이 해할 것인가. 이것이 공자가 말한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의 경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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