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 여기만 오면 고해성사하고 싶어져. 논둑에 앉아서, 그냥 똥 누는 자세로 앉아서 보면 살아 있는 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라는 말도 여기에서 듣고 싶어져. 어떤 성자가 다녀가셨나? 얕은 물속 물방울 같은 발자국들, 아 사람의 역사가 저리 아름다우니 내 눈물 보여도 괜찮으리. 잘못 살아 미안하다고 중얼거리지 말고 논둑에 앉아볼 일이다. - 논둑에서 울다 /이승희 언젠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길 옆에 서있는 '기업천하지대본(企業天下之大本)'이라는 광고판을 보고 놀란 일이 있었다. 이제 세상은완전히 노골적이 되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광고도 이젠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행복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는 이제 구호로라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이런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농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