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한테서 문자가 왔다 팔공산 영불암* 오르는 길, 연초록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들이 일제히 왈츠를 추고 있어요 어쩌란 말인가 그 왈츠의 상대는 아마도 푸른 바람이겠지 연초록 나뭇잎들이 일제히 바람과 손 맞잡고 왈츠를 춘다고, 하하 그렇게 우리도 손 맞잡고 춤추자는 것인가 부처를 맞이한다는 영불암 가는 길이니 소신공양燒身供養 몸과 마음마저 다 내어주는 사랑을 저도 알고 있는 것이겠지 춤을 추자고 한다 사랑은 끝없이 춤추는 거라고, 그녀가 대낮에 춤추는 문자를 보내왔다 골똘히, 춤 속으로 나는 걸어간다 * 그녀가 말한 팔공산 영불암은 염불암의 오기였다. 그러나 어쩌랴, 처음 그녀가 보내준 문자대로 영불암을 마음에 들고 나는 이미 이렇게 시를 써버린 것을 - 춤 / 이종암 사랑에 대한 남자의 독법을 이 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