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2

고만례 할머니와 놋양푼 아줌마 / 이창숙

깊은 산속에 혼자 사는 고만례 할머니는 어느 여름 저녁 모깃불 피운 멍석에 앉아 밤하늘에 솜솜 박힌 별을 세며 옥수수를 먹고 있었대 그때, 머리에 커다란 짐을 인 아줌마가 사립문을 빼꼼 열고 들어오더래 저녁도 못 먹었다는 아줌마에게 있는 반찬에 남은 밥을 차려준 뒤 짐을 풀어 하나하나 살펴보던 할머니는 반짝반짝 빛나는 놋양푼이 그렇게나 좋아 보였다지 뭐야 며칠 뒤 있을 할아버지 제사 때 떡과 나물과 전을 담으면 좋을 것 같았지 한 개에 삼백 원이라는 놋양푼을 두드려 보고 만져 보고 문질러 보다 할머니는 은근하게 흥정을 했대 "세 개 살 테니 천 원에 주슈." 열무 비빔밥을 한입 가득 떠 넣던 놋양푼 아줌마는 눈을 깜빡이며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거절했대 하지만 할머니는 조르고 또 졸..

시읽는기쁨 2015.12.29

깨알 같은 잘못 / 이창숙

졸업이구나, 너희들과 헤어지게 되어 아쉽다. 선생님, 그동안 우리들이 속 썩여서 미안해요. 너희들이 속은 무슨 속을 썩여. 그냥 말 좀 안 듣고, 숙제 안 해 오고, 귀청 떨어지게 떠들고, 쌈박질 좀 하고,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고, 음, 와장창 유리창 깨고, 다른 선생님한테 걸려서 귀 잡혀 들어오고, 꼬박꼬박 대들고, 봄날 병아리들처럼 비실비실 졸고, 욕 좀 하고, 몰래 침 뱉고, 무릎 까져서 피 질질 흘리고, 음음,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간 떨어지게 하고, 입 아프게 설명해도 단체로 멍 때리고, 저번에는 참, 다섯 분이 한꺼번에 땡땡이도 치셨지? 아무튼, 그런 일들밖에 없었는걸 뭐. 그러네요. 헤헤헤헤 히히히히 - 깨알 같은 잘못 / 이창숙 동시의 대상이 아이들이다 보니 학교 소재가 많다. 어떻게 하면 ..

시읽는기쁨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