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중 2

이미 너무 많이 가졌다 / 이희중

1 젊은 날 녹음해서 듣고 다니던 카세트 테이프 를 꺼내 듣다가, 까맣게 잊었던 노래 그 노래를 좋아했던 시간까지 되찾고는 한다. 그러니 새 노래를 더 알아 무엇 하나, 이미 나는 너무 많은 노래를 좋아했고 그 노래들은 내 한 시절과 단단히 묶여 있는데 지금 들으면 간주마다 되새길 서사가 있어 귀에 더 두툼하고 묵직하니 이제, 모아둔 음반, 가려 녹음해둔 테이프 를 새겨듣기에도 내 세월이 넉넉하지 않음을 안다. 2 옷장을 열어보면, 기워 입지 않고 버리는 부유한 세상으로 건너오며 한 시절 내가 골라 입었던 적지 않은 옷들, 오늘 내 생애처럼 걸려 있거나 쌓여 있다. 다 아직 입을 수 있는 옷들, 반팔, 반바지는 헌 자리 하나 없다. 그러니 새 옷을 더 사 입어 무엇 하나, 문득 열 해, 스무 해 전 옷을..

시읽는기쁨 2021.09.19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에서의 나의 기쁨..

시읽는기쁨 200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