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를 비롯해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두 편은 전에 어딘가에서 읽어본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시니컬하게 드러낸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가면을 벗기는 솜씨가 탁월하다. 작품의 분위기는 쓸쓸할 수밖에 없다. 건조하고 까칠한 세상을 작가는 차분하면서 냉정하게 그려낸다. "미소 없이 상냥하고 서늘하게 예의 바른 위선의 세계. 무서운 것도, 어색한 것도, 간절한 것도 '없어 보이는' 삶에 질기게 엮인 이 멋없는 생활들에 대하여." 책 뒷면에 적힌 이 문장이 작가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잘 말해준다. 우리는 상냥하게 악수를 하지만 손에는 칼을 품고 있다. 상처가 아물 날이 없이 또 다른 손을 맞잡으며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