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순 2

쇠비름 비빔밥 / 조성순

입에 녹는 안심살, 감칠맛 돌가자미, 세상의 별난 음식 먹어봐도 몇 번이면 물리고 말지. 고구마밭 지심맬 제 이랑 고랑 지천으로 자라 뽑아도 뽑아도 질긴 생명력으로 힘들게 하던 쇠비름, 다른 놈들은 뽑아서 흙만 털어놓으면 햇볕에 말라 거름이 되는데 이놈은 말라죽기는커녕 몇 주 후라도 비가 오면 어느새 뿌리를 박고 살아나지. 하는 수 없이 밭고랑 벗어난 길에 던져놓아 보지만 오가는 발길에 수없이 밟혀 형체도 분간 못할 지경이 되고서도 비만 오면 징그럽게 살아나는, 시난고난 앓고 난 뒤, 먹고 싶었다. 푹 삶은 쇠비름, 된장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으로 비빈 - 쇠비름 비빔밥 / 조성순 쇠비름을 보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중학생 시절 읍에서 외할머니와 둘이 살 때, 여름 별미는 된장으로 무친 쇠비름이었다. 보..

시읽는기쁨 2021.06.29

학교 / 조성순

제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이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오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육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칠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팔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교문 밖 울타리에 줄장미가 대낮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한 아이도 그 웃음소리 듣지 못한다. - 학교 / 조성순 조성순 시인은 우리 히말라야 팀의 일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함께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고, 또한 국내 산행에서도 자주 만난다. 시를 좋아하면 자연히 시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주 예전에는 시인이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지금은 시인 역시 별난 사람..

시읽는기쁨 200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