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6

뜻밖의 친절

중앙 현관문을 지나 십여 걸음 앞에 작은 초등학생 아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곧 엘리베이터가 나올 거고 아이는 먼저 올라갈 터였다. 나는 걸음을 늦추며 천천히 따라갔다. 코너를 돌아가니 웬걸,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안에는 열림 버튼을 누른 채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안녕하세요"라며 미소까지 짓는 것이었다. 뜻밖의 친절에 내 마음이 환해졌다. 일상에서 이런 친절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친절은 전염성이 있어서 나도 따라하게 된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 주면 내 기분도 좋아지는 것이다. 어떤 친절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 가슴 뭉클해지는 대목을 봤다. 작가가 어느 수녀님으로부터 수녀가 된 계기를 들은 내용이다.  "전남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참살이의꿈 2024.07.05

오전과 오후

오전 야탑 모임에 나가기 위해 아침을 먹고 나서면 대개 30분 정도 이르다. 집에서 뭉기적거리기도 뭣해서 대개 일찍 나와 몇 정거장 앞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간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천변 길을 나는 사랑한다. 오늘은 낯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가 천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잃었다.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산책 나온 아주머니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입구를 가르쳐 주었다. 오늘따라 골든 리트리버가 쓰다듬어 주고 싶은 정도로 이뻐 보였다. 개는 좋아하지 않지만 골든 리트리버는 예외다. 무심하면서 달관한 듯한 그 표정을 사랑한다.   오후 당구 네 판, 바둑 세 판을 두고 나니 기력이 다한 듯 기진했다. 더구나 공은 빗맞고 돌은 엉뚱한 데 놓여 전적이 좋지 않았다. 해가 무겁게 서쪽 마을로 가라앉고 있었..

사진속일상 2024.06.1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동물의 왕국'류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자연계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착각하기 쉽다. 아프리카 야생의 자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보인다. 다윈의 '적자생존'이라는 개념도 잘못 받아들이면 자연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주변을 제압하고 최적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 책은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신선하다. '적자(適者)'란 강한 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라는 것이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그러므로 인간 역시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들 가운데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다. 온갖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 인간만큼 잔인한 종도 없다. 그러나 진실은 반대라는 것이다.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 같다가도 워낙 선입견이 강해선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지은이는 '자기가축화..

읽고본느낌 2023.04.16

친절, 공손, 배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전체 경제 수준은 상당한 레벨에 올라섰다. 밖에서는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인정해 준다. 그런데 국민이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일인당 소득 3만 달러라는 통계가 무색하다. 국민의 행복도는 OECD에서 항상 하위권이다.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이 큰 원인이다. 한국은 지나친 경쟁 사회여서 가정이나 직장 모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경쟁 시스템에 길들여진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욕망끼리 충돌하며 불꽃이 인다. 농촌 공동체의 두레 정신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도시 생활은 사막과 같다. 사람을 만나면 우선 경..

참살이의꿈 2019.06.19

일본인의 친절

처음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인상에 남은 게 일본인의 친절이었다. 일본인의 질서 의식과 청결, 남에 대한 배려와 친절에 대해서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직접 접해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연극을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고 친절했다. 당연히 우리와 비교되는 바였다. 어떤 때는 너무 하다 싶기도 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상황도 많았다.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울 것이지만 한국인인 나한테는 거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문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내리면 될 텐데 굳이 양보한다. 어찌 됐든 일본 민족은 경탄스럽다. 그런 습성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일본에서 배운 대로 며칠 전에 산에 갔을 때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길위의단상 2015.08.13

따스함이 그립다

날씨가 싸늘해졌다. 따스한 온기가 그리운 때가 왔다. 그러나 물리적 온기보다는 마음의 온기, 인정의 따스함이 더욱 그리운 때이다. 인사동 찻집에서 저 등불을 보았다. 가스등 모양을 한 작은 등이었는데 참 따스하게 느껴졌다. 우리속에도 저런 마음의 등불이 들어 있을까? 때가 낀 유리문도닦고 주위도 깨끗하게 청소한 뒤에 기름도 알맞게 채워서 내 마음의 등불도 저렇게 따스한 불 밝히고 싶다. 우리 모두 욕심과 미움과 다툼을 버리고 마음 속에작은 빛 하나씩 밝히고 산다면 그래서 각자의 불빛이 밖으로 피어나와 서로를 비추어 준다면 이 세상이 훨씬 더 밝아지고 따스해 질 것 같다. ----------------------------------------------------- 다와는 무엇이 즐거운지 계속 콧노래를 ..

사진속일상 200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