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하다간 모종 심을 시기를 놓칠 것 같아서 재래시장에서 고구마와 고추 모종을 구했다. 마사토의 표면을 띠고 있었으나 밭에 손을 대는 순간, 땅 속에는 엄청난 돌이 박혀 있었다. 각오한 일이지만, 벌써 땡볕에 사흘째 엎드려 돌을 골라내도 끝이 안 보인다. 큰 돌은 작은 돌들을 뿌리처럼 거느리고 있었다. 이런 돌밭에서 곡괭이질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호미로 먼저 잔돌을 골라낸 뒤, 곡괭이질을 해야 큰 돌이 마지못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을 캐면서 최근 유례없는 감탄과 칭송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보급 과학자’ 황우석 교수 생각이 났다. 왜 그가 떠올랐을까. 내색을 자제했지만 영 심기가 불편했나 보다. 혹은 그쪽 세계와 돌을 골라내고 고구마와 고추를 심으려는 내 돌밭의 현실과의 현격한 차이 때문이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