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 2

산창을 열면 / 조오현

화엄경 펼쳐놓고 산창을 열면이름 모를 새들이 이미 다 읽었다고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포롱포롱 날고.... 풀잎은 풀잎으로 풀벌레는 풀벌레로크고 작은 푸나무들 크고 작은 산들 짐승들하늘 땅 이 모든 것들 이 모든 생명들이.... 하나로 어우러지고 하나로 어우러져몸을 다 드러내고 나타내 다 보이며저마다 머금을 빛을 서로 비춰주나니.... - 산창을 열면 / 조오현  을 접하지는 못했으나 '화엄세상'이란 말은 자주 들었다. '세상 모든 존재가 함께 어우러져 장엄하게 빛나는 세상'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화엄'하면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구슬로 된 인드라망이 떠오른다. 우주의 모든 개체는 홀로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작용이라는 관계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개체는 개체가 아니고 하나는 하나가 아니다. ..

시읽는기쁨 2025.03.08

화엄 세계 읽다 / 김정원

초가집 그을음 새까만 설거지통 옆에는 항시 큰항아리 하나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설거지 끝낸 물 죄다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하룻밤 잠재운 뒤 맑게 우러난 물은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텁텁하게 가라앉은 음식물 찌꺼기는 돼지에게 주었다 가끔은 닭과 쥐와 도둑고양이가 몰래 훔쳐 먹기도 하였다 하찮은 모음이 거룩한 살림이었다 어머니는 뜨거운 물도 곧장 항아리에 쏟아 부었다 그냥 하수구에 쏟아 붓는 일은 없었다 반드시 하룻밤 열 내린 뒤 다시 만나자는 듯 곱게 온 곳으로 돌려 보냈다 하수구와 도랑에 육안 벗어난 존재들 자기 생명처럼 여긴 배려였으니, 집시랑물 받아 빨래하던 우리 어머니들 마음 經도 典도 들여다본 적 없는 - 화엄 세계 읽다 / 김정원 터의 문제가 아니라 먼저 마음의 문제란 걸 단임골 다녀온 후 새롭게 ..

시읽는기쁨 201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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