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14

전보가 사라진다

전보가 도입된 지 138년 만에 곧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보도를 봤다. 옛 시대의 상징이 또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전보는 1885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신 시설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선을 보였다. 사실 '전보(電報)'라는 말은 오랜만에 들었다.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박스를 만나는 야릇한 느낌이랄까, "아직 전보가 있었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돌아보면 1970년대 중반까지는 전보를 자주 이용했다. 가정에 전화가 보급되기 전이었으니 연락 수단은 편지나 전보였다. 급한 연락을 하자면 전보밖에 없었다. 우체국에 가서 보낼 말을 적어주면 당일로 전달이 되었다.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니 문장은 가능한 한 짧게 압축해야 했다. 고등학생 때는 고향집에서 보낸 "어머니상경 5시청량리역" 같은 전보를 자..

길위의단상 2023.12.04

지금 내 손에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일지라도 장롱 안에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내 손에 있어 언제라도 들고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다. 휴대폰 카메라의 최대 장점이다. 일반 카메라 중에서 휴대성이 좋은 것은 일명 똑딱이로 불리는 하이엔드 카메라다.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지만 이 역시 항상 휴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하면서 똑딱이가 설 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메라 제조사에서 하이엔드 신제품은 아예 출시를 안 하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 품질은 아직 똑딱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소프트웨어로 상당 부분 카버하고 있다. 화장발이기는 하지만 색감은 똑딱이보다 휴대폰 카메라가 훨씬 낫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카메라가 언제나 내 옆에 있다..

사진속일상 2022.03.26

휴대폰 멀리하기

고향에 내려갔을 때 길을 걷다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놓쳐서 액정이 깨졌다. 바닥이 우둘투둘한 시멘트길이였는데 마침 액정면이 직접 부딪치면서 여러 군데 거미줄이 생겼다. 다행히 휴대폰은 정상으로 작동했다. 당장에는 실수를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언짢았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은 거였다. 화면 보기가 불편하니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볼 일이 없을 터이고, 이참에 휴대폰과 거리를 두고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액정 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집에 있으면서도 수시로 핸드폰을 켜고 무슨 연락이 오지 않았나 확인한다. 그냥 습관적으로 손이 휴대폰으로 간다. 늙은 백수에게 특별하거나 긴급한 연락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개 본 걸 또 보고, 할 게 없으면 뉴스라도 검색하며 만지..

참살이의꿈 2021.10.10

늦은 추석 귀성

추석이 지나고 열흘 뒤에야 고향에 찾아가게 되었다. 가족과 친척이 함께 모여 추석을 쇠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꼭 추석날이 아니라 각자 편리한 날짜에 방문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 나 같은 경우는 조상님 뵙기에 면목이 없기는 하다. 명절이 즐거운 것은 어릴 때 얘기다. 어른이 되어 이런저런 사정이 중첩되면 눈치 볼 일도 많아지고 체면치레도 해야 하고 여간 복잡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고향에 계신 노모 걱정이 제일 크다. 이래저래 고향 내려가는 마음이 무겁다. 내려가는 길에 먼저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성당 주변 느티나무는 여전히 늠름하고 아름다웠다. 경황없이 나오다 보니 카메라를 챙기지 못해 휴대폰으로 찍었다. 용소막성당에서 10여 분만 더 내려가면 배론성지다. 고향 가..

사진속일상 2021.10.02

가을물 드는 뒷산

아침 기온이 7도까지 떨어졌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뒷산의 나뭇잎도 가을물이 들어간다. 아직은 초록이 우세하지만, 지금 초록은 여름의 초록이 아니다. 깊어지고 잘 익은, 그윽한 초록이다. 체중이 한 달 전보다 2.5kg가 늘었다. 몸이 둔하고 무겁다. 뒷산길을 걷는 것도 전 같지 않다. 여름이라면 무척 헉헉댔을 것이다. 쉬엄쉬엄 가을 뒷산을 한 바퀴 돌았다. 8년 동안 쓰던 휴대폰을 바꾸었다. 수명이 다한 듯 최근 들어 자꾸 고장이 나며 말썽을 부려서다. 선생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자기들은 뭘 먹고 사느냐고 매장 직원이 투덜거렸다. 새로 산 기종은 갤럭시 A31이다. 집 앞 가게에서 37만 원에 샀다. 고급 기종은 아니지만, 렌즈 성능이 전 기계보다 향상된 게 마음에 든다. 카메라가 없을 때 대용으로..

사진속일상 2020.10.14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가 되었다. 어제 집에 들어오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유치원 아이 둘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핸드폰 앞에 선 아이의 포즈가 모델 뺨쳤다. '사진 인류'라는 말이 실감 난다. 이 모두가 핸드폰 카메라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 카메라 기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대개 비슷하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대로 누른 결과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핸드폰 카메라로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권혁재 사진기자의 은 핸드폰 카메라로 좋은 사진을 찍는 비법을 보여준다. 이 책에 나온 사진은 LG V30 핸드폰으로 찍었다. 사진만 보면 정말 핸드폰 사진 맞아, 라고 놀라게 된다. DSLR에 못지 않다. 일반인이 찍은 DSLR 사진보..

읽고본느낌 2019.08.29

스마트폰 멀리하기

스마트폰도 바이러스에 걸리는가,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이 이상하다.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기를 하면 엉뚱한 데로 들어간다. '데일리 뉴스'라는 생판 처음 들어보는 사이트와 '11번가'라는 쇼핑 사이트가 뜬다. 때로는 먹통이 되기도 한다. 보통 짜증 나는 게 아니다. 재설정을 하고 의심스러운 앱을 지워도 봤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 내 실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열지 않는 것이다. 돌아보니 습관적으로 너무 자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카톡이나 밴드에 새로운 소식이 온 게 없나 하고 수시로 들어간다. 심심하면 이것저것 검색도 한다. 사실 대부분이 쓸데없는 짓거리들이다. 특히 단톡방으로 오는 내용은 읽지도 않고 삭제하는 게 많다. 퍼나르기 하는 것이라 어떤 때는 중복해서 받는다..

참살이의꿈 2018.01.10

스마트폰 한 달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한 달이 되었다. 재미난 노리개가 새로 생겼다. 이놈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늦바람이 무섭다.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는 걸 사용해 보니 알겠다. 이름은 폰이지만 전화보다는 다른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 작지만 무서운 기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누워서 뉴스를 읽고, 요사이는 월드컵이 열리니 관심 있는 경기는 중계도 본다. 일어나 거실로 나가 TV나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신기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놓고 심심할 때면 볼륨을 높인다. 작은 스피커가 아쉽긴 하지만 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 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더욱 좋다. 팥알만 한 렌즈치고는..

참살이의꿈 2014.06.29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함민복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련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 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수평의 깊이를 넓히고 있었다 -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함민복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아내와 휴대폰 얘기를 나누다가 결코 안 쓰겠다던 고집을 꺾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가게에 나가 싼 걸로 하나를 골랐다. 어찌 알았는지, 드디어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냐며 몇 군데서 연..

시읽는기쁨 2014.06.01

휴대폰을 끄다

휴대폰을 끈 지 20일이 되었다. 휴대폰이 먹통이 되니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 말고는 집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되는 게 너무 쉽다. 현대의 은둔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휴대폰 버튼 하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원래부터 휴대폰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아닌 구식 폴더폰을 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자주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더구나 사람들과의 교류 폭도 좁으니 하루에 고작 전화 한두 통화나 가끔 문자를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 그러니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다. 오히려 조용해서 좋다. 울리는 벨 소리의 과반은 쓸데없는 데서 오는 거라 짜증만 일으켰다. 문자도 마찬가지였다. 필요한 건 열에 한둘이었다. 모임이나 지인들에게서 오는 연..

참살이의꿈 2014.02.02

갑과 을

아내는 스마트폰이지만, 나는 아직 구식폰을 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위치가 역전되는 게 자꾸 생긴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어느 선생님이 '사람 인'[人]자를 둘이서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한 게 생각난다. 지금은, 아내는 길고, 나는 짧다. ...................... 옛날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이젠 만나기 어렵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몇 년이 되지 않았는데 나는 마치 구석기 시대에서 온 원시인 같다. 모임에 나가보면 다들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놓고 쳐다보기 바쁘다. 뭘 그렇게 하는 건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얼마 전 순댓국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젊은이 둘이 들어왔다. 둘은 마주 앉긴 했으나 폰만 만지작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둘이 얼굴을 쳐다본 건 메뉴를 고를..

길위의단상 2013.06.02

휴대폰을 바꾸다

4 년 가까이쓴휴대폰을 바꾸었다. 나로서는 첫 휴대폰이었는데 이번에 거의 무료로 바꿔준다고 해서 교체하게 되었다. 옆의 사람이 바꾸고는 아직도 그런 고물을 가지고 다니냐며 핀잔을 주는 바람에내 마음도흔들려 버렸다. 새 휴대폰은 전보다 더 크고무거워졌다. 큼직한 화면이 시원하긴 하지만 한 손에 쏙 들어왔던 은색의 애니콜이 나에게는 더 정겹게 느껴진다. 하긴 어느 물건이든 4 년이나 함께 생활했으니 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의 것도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휴대폰은 제 수명이 다하기 전에 죽음을 맞는다. 모델 변화가 너무 심해서 신형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내가 볼 때 화면이 커진 것 외에 기능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도..

사진속일상 2009.03.06

휴대폰을 갖게 되다

휴대폰을 갖게 되다. 그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왔는데 사실 큰 불편은 없었다. 휴대폰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문명에 대한 또는 세상의 흐름에 대한 어떤 반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좀 떨어져 살고 싶은 욕구도 한 몫을 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친구들과의 교제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도 기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거부하는 작은 반항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직원 명부가 나왔는데 백여 명의 직원 중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전에는 그래도 몇 명이나마 있었는데 이젠 휴대폰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천연기념물 감이 되어 버렸다. 굳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내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

사진속일상 2005.07.18

휴대폰이 없다고?

"휴대폰이 없다고?" 연말이 되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가끔 듣게 되는 반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마치 괴짜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짓는다. 현재 국내의 휴대폰 가입자 수가 3600만 명에 달해서 전 국민의 휴대폰 보유 시대가 되었는데 아직 휴대폰이 없다는 것은 의아하게 생각될 만도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휴대폰이 없는지에 대한 답을 하려니 궁해질 수밖에 없다. 휴대폰 사용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뭔가 사연이 있는 대답을 바라는 것 같은데, 사실 휴대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워낙 대인 관계가 좁다보니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 뿐이다. 한 때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TV나 신문, 컴퓨터 등을 멀리 하기도..

길위의단상 200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