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휴대폰을 갖게 되다

샌. 2005. 7. 18. 10:41

휴대폰을 갖게 되다. 그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왔는데 사실 큰 불편은 없었다. 휴대폰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문명에 대한 또는 세상의 흐름에 대한 어떤 반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좀 떨어져 살고 싶은 욕구도 한 몫을 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친구들과의 교제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도 기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거부하는 작은 반항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직원 명부가 나왔는데 백여 명의 직원 중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전에는 그래도 몇 명이나마 있었는데 이젠 휴대폰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천연기념물 감이 되어 버렸다. 굳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내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다. 연락처를 묻는 사람에게 휴대폰이 없다고 하면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정말 휴대폰이 없으리라는 생각보다는 일부러 번호를 알려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것 같다.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럴 때는 괜히 민망해진다.

 

또 나 자신이 우선 고립되는 것을 자주 느낀다. 요사이는 대부분의 연락이 휴대폰으로 이루어지는데 긴요한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메일이나 집 전화를 통해서는 때를 놓쳐 버리는 것이다. 몇 년 이런 경우가 누적되다 보니 모임에서는 왕따 신세가 되어 있다. 전에는 이런 것도 감수하리라 다짐했지만 이젠 그런 자신감도 줄어들었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여튼 새 휴대폰을 구입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귀여워 이리저리 만지작거려 본다. 기계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디카처럼 작은 장난감 같아 쉬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한 순간에 어떻게 그렇게 철학이 표변하냐며 놀리지만 그리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아내 입장에서도 어느 때나 서로 연결될 수 있으니 편리해 질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데 한 박자씩 늦는데 세상의 물결에 저항해 보다가도 곧 포기하고 만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왕 힘들게 장만했으니 유용하게나 써 보도록 해야겠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0mm  (0) 2005.08.03
서울숲  (0) 2005.07.19
외할머니  (0) 2005.07.17
둘째가 돌아오다  (2) 2005.07.07
목탁 치는 소  (0) 200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