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둘째가 돌아오다

샌. 2005. 7. 7. 16:51

둘째가 1년 간의 어학 연수를 마치고 중국에서 돌아오다. 그동안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막바지가 되어서는 더위와 배탈로 음식도 먹지 못한다며 애를 태우더니 마침내는 귀국 날자까지 앞당겨서 미리 들어오다.

 

다행히도 입국장을 나오는 얼굴은 밝고 건강하다. 집에서는 죽까지 끓여놓고 속 다스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밥을 달라더니 잘도 먹는다. 예상한 대로 향수병이었던가 보다. 짧은 여행중에도 귀국할 날짜가 되면 기다려 지는데 1년간이나 낯선 외국에서 생활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무척 성숙되어 보인다. 1년 간의 외국 생활이 어학 실력만이 아니라 삶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다른 문화권과의 접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지길 바란다.

 

이 세상에서 맺는 인연 중에 부모자식의 연 만큼 질기고숙명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쩌다 부모자식의 연으로 매어져서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며 서로 그리워하고 어떨 때는 서로 상채기도 주면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인연이 기막히기만 하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내리사랑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본능적인 강렬함이 있다. 이번 둘째의 외국생활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아내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마음을 아이가 지금 헤아리지는 못할 것이다. 후에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기를 때 똑 같은 전철을 밟으며 어머니의 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공항에서 반갑게 포옹하던 그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은 다시 잔소리를 하고, 짜증을 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바탕에 흐르는 부모자식 사이의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의 강물이그런 마찰들을 녹여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조금 더 나를 죽이고 기대치를 낮춘다면 보통 아빠는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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