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작은 연못

샌. 2005. 6. 24. 14:30


 

교정에 작은 연못이 있다. 수면에는 꽃 그림자가 비치고, 물에는 금붕어와 잉어들이 살고 있는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작은 세계이다. 금붕어는 수면 근처에서 아기자기하게 놀고 있고, 잉어는 속에서 의젓하게 돌아다닌다.

 

자신들이 놀고 있는 영역이 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경계는 없다. 가끔씩 잉어가 수면으로 떠올라와도 금붕어는 개의치 않는다.

 

금붕어는 이름 그대로 노는 양이 귀엽고 재미있다. 물에 비친 꽃잎과도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금붕어는 움직이는 꽃잎이다.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이 노래에서 연못과 금붕어가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있겠지만 사실 가사 자체만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금붕어가 그런 미련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다가 함께 파멸하는 것은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똑똑하다는 인간일 수록 어떨 때는 미련하고 어리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 'A learned fool is more foolish than an ignorant one.'(학문을 닦은 바보는 무지한 바보보다 훨씬 더 바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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