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생은 재주꾼

샌. 2005. 6. 16. 10:58


 

동생은 재주꾼이다. 뭐든 못하는 일이 없다. 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도시 생활을 접고 가족과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 벌써 4년이 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손으로몇 년에 걸쳐 흙집을 지었다. 그동안은 주변이 어수선했는데 이번에 갔더니 많이 정리가 되고, 생활도 안정되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농사도 짓고, 산으로 약초도 뜯으러 다니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이제 마음의 여유도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집 입구에 있는 장승도 동생이 직접 만든것이다. 또 서각을 배우더니 자신의 집을 '達屯煙家'라 칭하고멋지게 글자를 새겨 길 옆에 걸어 두었다. 민박을 겸하고 있으니 집의 간판인 셈이다.

 

동생은 이웃들과도 잘 어울린다. 귀농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웃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 동생은 처신을 아주 잘 하는 편이다.

 

내가 온실에서 자란 반면 동생은 세상의 힘든 일을 많이 경험했다. 그래선지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현실적이다. 그 중에서 도저히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만능 재주꾼이라는 것이다. 멕가이버 처럼 동생의 손이 가는 곳이면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 동생을 볼 때마다 시골 생활을 하자면 저렇게 재주가 있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에서처럼 일마다 사람을 부르며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생에 비하면 나는 굼벵이 재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으니 대견한 일이다. 앞으로 하나 하나 배워나가며 언젠가는 동생의 집 같은 흙집을 내 손으로 꼭 지어보고 싶다. 나에게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꿈이라면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탁 치는 소  (0) 2005.07.05
작은 연못  (1) 2005.06.24
그리움  (0) 2005.06.09
경복궁 향원정  (2) 2005.05.30
손맛  (0) 200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