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휴대폰을 바꾸다

샌. 2009. 3. 6. 15:16



4 년 가까이쓴휴대폰을 바꾸었다. 나로서는 첫 휴대폰이었는데 이번에 거의 무료로 바꿔준다고 해서 교체하게 되었다. 옆의 사람이 바꾸고는 아직도 그런 고물을 가지고 다니냐며 핀잔을 주는 바람에내 마음도흔들려 버렸다. 새 휴대폰은 전보다 더 크고무거워졌다. 큼직한 화면이 시원하긴 하지만 한 손에 쏙 들어왔던 은색의 애니콜이 나에게는 더 정겹게 느껴진다. 하긴 어느 물건이든 4 년이나 함께 생활했으니 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의 것도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휴대폰은 제 수명이 다하기 전에 죽음을 맞는다. 모델 변화가 너무 심해서 신형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내가 볼 때 화면이 커진 것 외에 기능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단지 오래된 구형이라는 이유로 배척을 받는다. 나는 좀더 오래 저항해 보려 했지만시기만 좀 다를 뿐 역시 마찬가지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런 것이 휴대폰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 같으면 고쳐 쓰고 또 고쳐서 쓰고 했던 것들이 이젠 멀쩡하게 작동하는데도 유행에 뒤졌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그래야 경제가 잘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지구 자원이나 에너지 측면에서는 무척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구조하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인지 모른다.문제의식을 갖고는 있으나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런 사고방식의 사회에서는 사람도 같은 취급을 당한다는 것이다. 변화가 심하고 새로운 것을 쫓는 사회에서 오래된 것은 낡고 뒤쳐졌다는 것 외에 별 의미가 없다.

 

새 휴대폰이지만 별로 반갑지 않다. 옛 것을 좀더 가지고 있을 걸, 최소한도 버튼 하나라도 고장이 났을 때 바꿀 걸 그랬다는 아쉬움도 크다. 오늘은 나가서 저장된 전화번호도 옮기고, 해지 신청도 해야 한다. 저 꼬마의 사망 선고가 내려질 때 나는 무척 섭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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