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당산에서 사당까지 걷다

샌. 2009. 3. 7. 17:46



아홉 번째 <토요 걷기>는 당산에서 사당까지 한강을 따라 걸었다.

 

전철 당산역 4 번 출구로 나오면 한강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바로 한강 둔치로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여의도 방향으로 향했다. 여의도 둔치는'한강 르네상스'인지 뭔지 때문에 온통 공사판으로 변했다. 그래서 서강대교로 올라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두 풍경이다. 하나는 하류쪽의 밤섬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토요일 오후의 정체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강변북로의 모습이다.

 

도시의 도로에서는 질서의 아름다움을 본다. 그러나 질서 세계의 이면에는 도시의 삭막함이 숨어 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찬 금속의 감촉 같은 느낌에 가슴 서늘할 때가 있다. 인간적 따스함 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강가에서 쑥을 뜯는 아주머니를 보니 봄이 가까이 왔음을 실감했다. 양지 바른 곳에는 이미 초록 풀잎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용산 부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수위관측소를 보았다. 한강의 수위 관측을 위해 1924 년에 세워진 것이라고 설명문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관측 방법을 설명한 글 내용이 난해하기 그지 없다. 이 안내문을 세운 사람 자신은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는지 의심이 된다.

 

'강 속 암반에 우물통 모양의 철근콘크리트 관을 가설하고, 그 위에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관측실을 두고서 내부에 부자(浮子)를 띄어 수위를 자동 관측했다. 우물통 모양의 관 외부에 설치된 자는 관측소 내부에서 자동 관측된 수위의 오차를 점검하기 위해 육안으로 한강 수위를 관측하던 장비이다.'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 동작대교를 지난 뒤, 잠수교를따라 다시 강을 건너 남쪽 둔치로 갔다. 반포지구는 한강 재정비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마무리 작업중이었다.

 

강을 건너서는 방향을 돌려 하류쪽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바람을 등지고 걸었으나 여기서부터는 맞바람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바람은 차지 않았고, 바삐 걸어서 땀이 밴 몸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반가운 바람이었다.

 

대한민국을 공사판으로 만들겠다더니 지금 한강은 시범 케이스라도 되는 양 이곳 저곳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얼마나 모던하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글쎄, 한강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일이다. 풀과 나무가 자연 상태 그대로자라나고 그 사이로 꼬불꼬불 흙길이 나 있는 그런 한강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공사판 한쪽 귀퉁이에 남아있는 갈대밭이 오늘 따라 더욱 외로워 보였다.

 



동작대교에서 한강을 빠져나가 국립현충원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는 맑고 따스했으며 어느덧 우리 곁에 찾아온 봄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토요일 오후였다.

 

- 걸은 시간 ; 12:00 - 16:30

- 걸은 거리 ; 약 17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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