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리산에 오르다

샌. 2009. 3. 16. 10:26



히말라야 팀 여덟 명이 가리산에 올랐다. 가리산(加里山)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해발 1,051 m의 산이다.눈 먼 벌치기의 사연으로 귀에 익었던 산이었는데 이번에 오르게 되었다. 눈이 먼 사람이 벌을 키운다는 사실도 신기했지만 육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세 자녀를 키워낸 것이 당시에 화제가 되고 감동을 주었었다.

 

서울에서 7 시에 출발하여 두 시간여를 달려서 가리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아침 식사는 김밥과 샌드위치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했다. 우리는 오른쪽 능선으로 해서 주능선으로 올라가 정상으로 향했다. 눈이 적당히 쌓인 산길은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아마 올해의 마지막 눈길 산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가리산이라는 이름은 정상부의 암봉이 곡식을 쌓은 낟가리 모양이어서 그리 명명되었다고 한다. 가리산은 전체적으로 육산인데 정상부만 암봉 셋이 우뚝 솟아있는 게 특이하다. 멀리서 보면 왕관 같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름 그대로 낟가리에 가깝다. 우리는 정상으로 올라갈까, 안전하게 우회로를 택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노약자 위험 구간'이라는 경고 문구를 무시하고 눈이 얼어붙은 바위를 탔다. 온몸으로 기어서 가야 하는 스릴 만점의 구간이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눈 덮인 산줄기는 무척 아름다웠다. 전에는 산도 자주 찾지 않았지만 더구나 겨울 산행은 무서워서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히말라야에 다녀온 이후로는 산의 맛을 재발견한 느낌이다. 우선 산을 오르는 게 힘들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났다. 이젠 국내에 있는 어떤 산도 가볍고 친근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쁨도 있다. 모두가 히말라야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정상 부근에서는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다. 석간수 샘터를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하산했는데 정상을 중심으로 한 바퀴 라운딩을 한 셈이었다. 약 5 시간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는화촌의 한 허름한 음식점에서 메밀국수를 맛나게 먹었다. 양평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국도는 예상대로 많이 막혔다. 그러나 선험자의 트레킹 얘기를 듣느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낮에는 맑던 하늘이 저녁이 되면서 흐려지더니 간간이 비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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