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 34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깊이 아로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 강물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하더냐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도 가서는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추억의 ..

시읽는기쁨 2012.04.03

바둑과 인생

한 달에 한두 번은 바둑을 두러 종로에 있는 기원에 나간다. 회원이 다섯 명인데 오전에 한 판을 두고, 점심 먹고, 오후에 세 판을 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그날은 하루 종일 바둑만 둔다. 방내기라고 해서 지는 사람은 집 차이에 따라 돈을 내야 한다. 최하 3천 원에서 1만2천 원까지 나온다. 3만 원 정도면 두 끼 식사를 포함해서 하루를 잘 놀 수 있다. 다섯 명 중에서는 내 실력이 제일 처진다. 2승2패만 해도 준수한 성적이다. 오기가 생겨서 요즈음은 바둑 TV를 보며 공부를 하지만 진보는 거의 없다. 묘한 건 욕심을 부릴수록 바둑은 더 엉망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 번에는 과하게 공격하다가 도리어 내 돌이 잡히며 만방으로 지기도 했다.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첫번째가 부득탐승(不得貪勝)인데..

길위의단상 2012.04.03

나무가 민중이다

나무와 풀 이야기로 민초(民草)의 삶을 실감이 나고 감칠맛 나게 그린 책이다. 40대 이상으로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지은이가 묘사하는 장면들에 가슴으로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서민들과 함께했던 나무와 풀을 통해 삶의 애환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라는 제목만큼이나 이런 종류의 책 중에서도 특별하다. 사대부들이 높이 평가했던 매화, 국화, 모란, 대나무 같은 건 아예 빠졌다. 소나무도 절개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민중의 삶의 동반자로서 풀어쓰고 있다. 지은이 고주환 님은 성황림이 있는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가 고향이다. 성황림은 몇 년 전에 직장 동료들과 찾아간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난 뒤였다면 아마 더 새롭게 보였을 것이다. 지은이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주말마다 고향집(엉클한캐빈)에 내려가 ..

읽고본느낌 2012.04.02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오르다

어제는 트레커 팀과 충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올랐다.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팔랑소로 내려온 6시간 30분이 걸린 긴 산행이었다. 변덕스런 날씨였다. 햇볕이 날 때는 따스한 봄이었다가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한겨울이 되었다. 눈도날리고 황사도 나타났다. 그래도 호쾌한 전망만은 일품이었다. 옆의 월악산 능선과 멀리 보이는 부봉 산줄기가 마치 설악산에라도 들어온 것 같았다. 이게 북바위다. 모양이 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북바위산에는 이렇듯 칼로 잘라낸듯한 크고작은 바위가 많다. 바위에는 쪼개지는 결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바위를 지나고도 한참 가야 북바위산 정상이 나온다. 북바위산 정상 표지석이 재미있다. 해발 772m다. 정상에도 멋지게 생긴 소..

사진속일상 201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