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364

논어[29]

임방이 예법의 근본정신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옳지, 좋은 질문이다. 예식은 사치스런 것보다 검소한 것이 좋고, 장례식은 번지르르한 것보다 슬픔이 넘쳐야 한다." Lin Fang asked what was the first thing to be attended to in ceremonies. The Master said, "A great question indeed! In festive ceremonies, it is better to be sparing than extravagant. In the ceremonies of mourning, it is better that there be deep sorrow than a minute attention to observances." 林放問 禮之本..

삶의나침반 2013.04.29

논어[28]

선생님이 계씨를 평하여 말씀하시다. "여덟 줄의 춤을 제 집에서 추게 하니 그런 짓을 하는 솜씨면 무슨 짓은 못할까?" 孔子謂季氏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세 대부의 집안에서 천자의 노래로 제사를 지내니, 선생님 말씀하시다. "'줄줄이 늘어선 제후들, 천자의 묵묵한 모습'이 세 대부 집안의 어느 구석에 있는가 말이야." 三家者以雍徹 子曰 相維벽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예법은 무엇하며,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음악은 무엇하노!"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 八佾 1 당시 노나라에는 계손(季孫), 맹손(孟孫), 숙손(叔孫)의 세 대부 집안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 계씨(季氏)가 천자만이 행할 수 있는 팔일무(八佾舞)를 자기 집에서 추게 했다는 것..

삶의나침반 2013.04.23

논어[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 조상도 아닌데 제사를 모신다면 아첨하는 거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야."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爲 無勇也 - 爲政 17 에서 '의(義)'자를 만나면 반갑다. 인(仁)과 의(義)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의가 빠진 인이란 절름발이다. 세상을 바로잡는 힘은 수오지심(羞惡之心)에서 나온다. 의를 강조한 사람은 맹자였다. 맹자는 말했다. "생명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의 역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양자가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나는 목숨을 버리고 의를 선택할 것이다[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맹자에게 의는 목숨보다 앞서는 가치였다. '정의를 보고도 주춤거리는 것은 용기가 없는 탓이다'는 나..

삶의나침반 2013.04.17

논어[26]

자장이 물었다. "여남은 세대 뒷일을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은나라는 하나라 제도를 바탕 삼았으니, 거기서 거기 감직하고, 주나라는 은나라 제도를 바탕 삼았으니, 거기서 거기 감직한다. 주나라의 뒤를 잇는 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비록 백 세대 뒷일일망정 알 수 있고말고." 子張問 十世可知也 子曰 殷因於夏禮 所損益可知也 周因於殷禮 所損益可知也 其或繼周者 雖百世可知也 - 爲政 16 주(周)나라는 공자에게 롤모델이 된 국가다. 공자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할 때의 '고(故)'는 아마 주나라의 제도나 문화를 가리키지 않았나 싶다. 주나라의 문물제도를 정비한 주공(周公)도 공자는 무척 존경했다. 꿈에서 주공을 자주 뵙지 못한 걸 슬퍼하는 대목도 에 나온다. 중국 역사에서 주나라가 과연 ..

삶의나침반 2013.04.12

논어[25]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실없으면 그래도 좋을까 몰라! 소 수레나 말 수레나 멍에 없이 그래도 끌고 갈 수 있을까?"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예 小車無월 其何以行之哉 - 爲政 15 문명이 발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고독하고 우울하다. 가혹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된 살벌한 세상이 되었다. 인간에 대한 존경이나 유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를 믿지 못한다. 가정이 무너지는 것도 가족 사이에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간에도 신뢰가 없다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의 남과 북 관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정과 신뢰가 있다면, 내 존재에 대해 세상에 대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면, 가난이나 다른 어려움은 별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삶의나침반 2013.04.07

논어[24]

어느 사람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정계에 나서지 않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글에 '효도로다! 효도로 형제끼리 우애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하였으니, 이것도 다스리는 것인데, 왜 꼭 정계에 나서야만 되나?" 或 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 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 爲政 14 공자에게 있어 사람살이의 기본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효제(孝弟)가 알파요 오메가다. 안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하는 마음이라면, 밖에서도 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믿고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확장되어 나간 사회가 공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공동체였다. 결국 정치의 근본도 효와 제다. 공자에게 가(家)와 국(國)은 규모만 다를 뿐 질적인 차이가 없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삶의나침반 2013.04.04

논어[23]

자장이 벼슬 구하는 길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점은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그러면 허물이 적을 것이다. 많이 보되 갈피를 못 잡겠거든 아예 해볼 생각을 마라. 그러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빈틈이 적고, 행동에 거침새가 적으면 벼슬이란 저절로 굴러들게 마련이다." 子張 學干祿 子曰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行寡悔 祿在其中矣 애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백성이 따르게 됩니까?" 선생은 대답하기를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백성들이 따르고, 굽은 자를 골라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들은 따르지 않습니다." 哀公問曰 何爲則民服 孔子對曰 擧直조諸枉 則民服 擧枉조諸直 則民不服 - 爲政 13 벼슬을 구하려는 제자와, 사람을 쓰려는 애공의 서..

삶의나침반 2013.03.28

논어[22]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야!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련?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爲政 12 학생들이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시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시험이란 아주 단순하다. 자기가 아는 것은 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시험 결과에 따라 우열을 가르고, 상벌을 주고, 심지어는 앞날까지 결정되어 버리니까 심각해지는 것이다.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맞히기 위하여 커닝도 불사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을 해야 한다. 한국의 현실 교육에서 평가란 학생을 성적순에 따라 줄세우기 하는 것이다. 원래 평가란 교육자의 교수 행위가 얼마나 피교육자에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다. 평..

삶의나침반 2013.03.23

논어[21]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기만 하고 따지지 않으면 속히고, 따지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갈피를 못 잡는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爲政 11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 '학(學)'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사(思)'와는 거리가 먼 것은 확실하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 점수 잘 받는 기계로 훈련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늘 점수를 매기고 비교하고 줄 세우니 아이들은 배우는 데 질려버렸다. 아예 깊은 사고하기를 싫어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족집게로 요점을 짚어주는 교사가 유능한 선생님이다. 이런 교육 방식이 초중등까지는 그런대로 효과가 있다. 국가간 성적 비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우리나라가 수학, ..

삶의나침반 2013.03.17

논어[2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서로 친밀하되 패를 만들지 않고, 하찮은 인간은 패를 짓되 정이 통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 爲政 10 에는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이을호 선생의 평설에 따르면 서로 무리를 이루려는 점에서는 군자와 소인이 다를 바 없으나, 군자는 심교(心交)하고 소인은 세교(勢交)하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썼다. 심교(心交)와 세교(勢交), 정확한 지적이다. 한자 '周'는 마음의 친밀함을, '比'는 세력에 의한 편당(偏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자를 신처럼 떠받든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편당 짓기에 가장 앞장섰던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참고로 신정근 선생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한다. "자율적 인간은 보편적 입장에 서지 당파..

삶의나침반 2013.03.08

논어[19]

자공이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해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행동이 앞서야 하며, 말이 그 뒤를 따라야 하느니라." 子貢問 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 爲政 9 공자의 3대 제자라면 안회, 자로, 자공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자공(子貢, BC 520~456)은 언변과 외교 수완이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또한, 이재에 밝아 사업으로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자공은 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과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동시에 나온다. 사마천은 자공을 "입담이 세고 언사가 교묘하다."[利言巧辭]라고 표현했다. 공자가 공자학당을 유지하거나 주유천하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자공의 도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라 자공을 통해서 각국의 권력자들을 소개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자공은 인맥도 넓..

삶의나침반 2013.02.20

논어[18]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있는 인간은 외통수는 아니다." 子曰 君子不器 - 爲政 8 '그릇[器]'은 나무를 깎거나 흙을 빚어 만든 것이다. 밥을 담는 그릇, 국을 담는 그릇, 반찬을 담는 그릇 등이 있다. 이렇듯 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 가지의 유용성밖에 없는 전문가나 기능인이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人材)라고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대학생은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 따기에 열중한다.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은 효용성과 실용성이다. 인문적 소양은 아예 무시된다. 이런 교육은 군자가 아닌 소인을 기른다. 큰 그릇이 되라고 하지만, 그릇은 그릇일 뿐이다. 노자 에 '박산즉위기(樸散則爲器)'라는 ..

삶의나침반 2013.02.14

논어[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것을 더듬고 새 것을 알아야 하니, 스승이란 한 번 되어봄직도 하지."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 爲政 7 이번에 를 읽으며 온고지신(溫故知新)에 대해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온고지신을 "옛 것을 더듬'어' 새 것을 안다"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읽는 번역은 "옛 것을 더듬'고'"로 되어 있다. 조사 '어'와 '고'의 차이는 크다. '옛 것'과 '새 것'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병렬관계인 것이다. 전에는 온고지신을 떠올리면서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단정했다. '옛 것'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결코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또 하나는 온고지신이 스승됨과 관련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온고지신할 수 있으니 스승도 되어봄직 하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가..

삶의나침반 2013.02.07

논어[1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가 회를 데리고 이야기하면 진종일 아무 대꾸도 없는 것이 마치 놈팡이도 같아 보이나, 나중에 지내는 것을 보면 뚜렷이 행하고 있다. 회는 놈팡이가 아니야!" 子曰 吾與回言 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 爲政 6 안회(顔回, BC 514~483)가 처음 등장한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였다. 만약 32세에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또 한 사람의 성인(聖人)이 탄생했을지 모른다. 조용하면서 은둔적 성향의 안회는 내적 성숙도에서는 결코 스승에 뒤지지 않았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무엇인지를 직접 몸으로 실천한 제자였다. 또한 안회만큼 호학(好學)하는 사람을 못 보았다고 공자 자신도 말하고 있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만큼, 안회도 공자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랐다. 광(..

삶의나침반 2013.02.04

논어[15]

맹의자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번지가 마차로 선생님을 모시고 갈 때 선생님은 그에게 "맹손이 내게 효도에 대해 묻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라' 했다." 한즉, 번지가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살아 계실 적에도 예의로 섬기고, 장례도 예법대로 치르고, 제사도 예법대로 모셔야 한다." 맹무백이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모는 그대의 병만을 걱정하신다." 자유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요즈음 효도란 봉양만 잘하면 되는 줄 안다. 그것쯤이야 개나 망아지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존경하지 않는다면 다를 데가 없지 않나!" 자하가 효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얼굴빛이 문제다. 일이 있을 ..

삶의나침반 2013.01.28

논어[1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때 목표가 섰고, 마흔에 어리둥절하지 않았고, 쉰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에는 듣는 대로 훤했고, 일흔이 되어서는 하고픈 대로 해도 엇나가는 일이 없었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爲政 4 공자의 자기평가서라고 할 수 있다. 인생의 끝에서 이만한 자부심을 가질 인물이 다른 누가 있을까 싶다. 오래전부터 공자의 이 고백을 접할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의 발 끄트머리도 따라가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 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었다면 열등감이 덜 했을지 모른다. 나를 돌아보면, 40은 불혹(不惑)이 아니라 혹(惑)의 시..

삶의나침반 2013.01.25

논어[13]

선생님 말씀하시다. "법령만을 내세우면서 형벌로 억누르면 백성들은 슬슬 빠질 궁리만 찾는다. 곧은 마음으로 지도하면서 예법을 가르치면 백성들은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 爲政 3 새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우는 게 '법과 원칙'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이 누구의 편이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한 게 법이고 원칙이었다. 지배자, 통치자, 권력자들은 '법대로'를 외친다. 그 그늘에서 생기는 민중의 눈물을 부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혼란기였다.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았다. 실제로 진시황은 법가(法家)의 논리를 국가 이념으로 채택해 천하를 통일했다. 그런데 공자는 덕치(德治)와 예치(..

삶의나침반 2013.01.21

논어[12]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 삼백 편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거야."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 爲政 2 '사무사(思無邪)'가 나오는 시를 에서 찾아보았다. '경'(살쪘다는 뜻)이라는 제목의 시다. 살찌고 커다란 숫말이 들판에서 뛰노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구절이 이렇다. 思無邪 思馬斯조 사념 없이 달리는 정말 아름다운 말이로다 시의 앞 부분에서는 思無疆(끝없이 달리는), 思無期(한정없이 달리는), 思無두(싫증 안 내고 달리는) 같은 말의 특징이 나와 있다. 공자는 말을 노래한 시에서 의 핵심 의미를 찾아냈다. 길들여지지 않은 말이 넓은 들판에서 달리는 모습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다. 말은 제 본성에 맞게 뛰논다. 어떤 인위도 들어있지 않다. 아름다움이란 그런 것이고..

삶의나침반 2013.01.16

논어[11]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는 곧은 마음으로 해야 함은 마치 북극성이 제 자리에서 뭇 별들을 이끌고 함께 돌아가는 것 같은 거야."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 爲政 1 '위정이덕(爲政以德)'은 공자의 덕치(德治)를 드러내는 말이다. 덕치가 이루어진 모습이 밤하늘로 설명되고 있다. 모든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주운동을 한다. 북극성이 곧 군주다. 군주를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돌아가는 나라를 공자는 꿈꾸었던 것 같다. 그 나라는 공자가 말한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운[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자신의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는 국가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군주 중심의 봉건적 질서 체계로 느껴진다. 그러나 덕치란 힘과 권력으로가 아니라 백성의 마음이 저절..

삶의나침반 2013.01.06

논어[10]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남을 모르는 것이 걱정이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 學而 10 '학이'편 처음에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으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마지막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제자들에게 자주 한 말씀이라는 뜻이겠다. 작년에 중국 태산에 갔을 때 잘 생긴 바위마다 글씨와 이름을 어지럽게 새겨놓을 걸 보았다. 세상에 제 이름 드러내길 좋아하고, 남이 나를 알아주기 바라는 인간 욕망의 단면으로 보였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남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칭찬받으면 우쭐해지고, 비난받으면 새침해지는 건 유아적 단계다. 주체적 인간은 스스로 선..

삶의나침반 2013.01.02

논어[9]

자공이 물었다. "가난 속에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더라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지. 그러나 가난 속에서 즐거워하며, 부자가 되어 예법을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지." 자공이 말했다. "옛 시에 '끊거니 다듬거니 쪼거니 갈거니'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인제 너하고 시를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한 마디를 일러준 즉 다음 것까지 아는구나."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 學而 9 제자와 스승 사이의 아름다운 대화다. 묻고 답하는 가운데서 깨우치고 격려하는 사제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자공은 공자 제자 중에서도 제일 큰 부자였..

삶의나침반 2012.12.28

논어[8]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사람일진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지 말고, 맡은 일은 날래 처리하면서 말을 조심하며, 사리에 밝은 이를 찾아가서 잘못을 고쳐야 한다. 그러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밖에."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 學而 8 공자는 호학(好學)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말했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호학은 단순히 글을 배우는 게 아니다.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좁은 길을 가는 쉼없는 노력이다. 여기에는 호학하는 사람의 특징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

삶의나침반 2012.12.21

논어[7]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적엔 그의 뜻 받들고, 아버지 돌아가시면 그의 하신 일을 본받되, 삼 년 동안 아버지의 법도를 뒤집지 않으면 효자라 해도 좋을 거야!" 子曰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 學而 7 통치하는 자가 효에 대해 물었던 것 같다. 살아계실 적에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 돌아가신 뒤에도 삼 년 동안은 그 법도를 뒤집지 않는 것이 효라고 답하고 있다. 이를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공자의 보수적 태도가 드러나는 말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바라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을 건의하고 고치는 게 현대적 의미의 효다. 인민이 고통받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의 법도라 하여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도리어 불효다. 공..

삶의나침반 2012.12.15

논어[6]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은 어느 나라를 가시든지 기어코 정치에 참여하시니, 그처럼 바라시기 때문인가? 그렇잖으면 그들이 부탁하기 때문인가?" 자공이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은 부드럽고 착하고 공손하고 검박하시므로 사양하시되 절로 그렇게 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의 방법은 남들이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단 말이야!"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 人之求之與 - 學而 6 공자학당 안에서도 공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제자도 있었던 것 같다. 자금이 자공에게 한 질문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공자를 변호하는 자공의 답변은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온화[溫], 선량[良], 공손[恭],..

삶의나침반 2012.12.11

논어[5]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묵직하지 않으면 위엄도 없고, 학문도 부실하다. 충실과 신의를 으뜸 삼고,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 허물은 선뜻 고쳐야 하느니라." 子曰 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學而 5 유교적 덕목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다. 우선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A가 B보다 낫다면, B는 A와 벗하려 할 테고 반면에 A는 B와 벗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호학(好學)을 강조하는 마음은 헤아려지지만 너무 계산적인 인간관계다.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사귄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퇴보할 수도 있다. 바둑을 둬보면 안다. 상수와 계속 두다 보면 상수 ..

삶의나침반 2012.12.06

논어[4]

선생님 말씀하시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면 효도, 밖에서는 우애, 성실한 행동에 믿음직한 말씨, 범범하게 대중을 사랑하되 사람다운 이와는 더욱 가까이해야 한다. 그러고도 틈이 나거들랑 글을 배워야지." 子曰 弟子 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 學而 4 왜 글을 배우고 학문을 하는가? 공자님 말씀의 초점은 '참된 사람 되기'에 집중되고 있다. 에 나오는 대로 격물치지(格物致知)는 결국 수신제가(修身齊家)로 연결된다. 공자님만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야장(公冶長)편에 이런 공자님 말씀이 나온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이렇듯 글을 배우는 데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지만, 학문은 사람 도리를 하고 난 ..

삶의나침반 2012.12.01

논어[3]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하는 짓은 사람다운 사람은 하지 않을 거야."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 學而 3 중학생 때 쯤이었을까, 앞으로는 '자기 PR 시대'가 될 테니 겸손이 미덕만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알아도 표시를 안 내고, 자신을 낮추는 게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자기 PR 정도가 아니라 자기 과시와 꾸미기를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마침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제일 감상하기 좋은 시즌이 되었다.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자세를 보면 딱 교언영색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장과 겉모습이 진실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

삶의나침반 2012.11.26

논어[2]

유자가 말하였다. "효제의 도를 아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함부로 굴지 않을 거야! 윗사람에게 함부로 굴지 않는 사람이 난리를 꾸민 예는 절대로 없다. 참된 인물은 근본 문제를 다루거든. 근본이 서야 길이 트이기 때문이다. 효제의 도가 바로 사람 구실 하는 길의 근본인 거야!" 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 學而 2 사람 구실의 기본은 효제(孝悌)에 있음을 말한다. 효(孝)는 부모를 섬기는 것이고, 제(悌)는 형이나 연장자를 섬기는 것이다. 인(仁)의 실천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자가 효제를 강조하면서 걱정한 것이 '윗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것'[犯上]과 '난리를 꾸미는 것'[作亂]이다. 이건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

삶의나침반 2012.11.21

논어[1]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는 족족 내 것을 만들면 기쁘지 않을까! 벗들이 먼 데서 찾아와 주면 반갑지 않을까!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는다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 - 學而 1 오늘부터 를 읽는다. 와 마찬가지로 거북이 읽기가 될 것이다. 다 읽는데 3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건성으로 두어 번 본 적은 있으나 이번에는 정독해 보고자 한다. 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여름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 갔을 때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거창한 기념물을 보며 공자는 과연 어떤 분일까, 더욱 궁금했다. 조선 시대의 통치 이념으로 변질된 유교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처럼 공자가 더 멀게 느껴졌다. 공자의 실제 말씀과 참모습..

삶의나침반 2012.11.15

장자[200]

공자가 안회에게 일러 말했다. "회야! 집은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면서 왜 벼슬하지 않느냐?" 안회가 답했다. "벼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성 밖에 오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죽을 먹을 수 있으며 성안에 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삼베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북과 거문고는 스스로 즐겁고 스승의 도를 배우니 스스로 즐겁습니다." 공자는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내 듣건대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 때문에 스스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이익을 잃어도 두렵지 않고 마음을 수양한 자는 벼슬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암송한지 오래였으나 지금 너를 통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복이다." 孔子謂顔回曰 回來 家貧居卑 胡不仕乎 顔..

삶의나침반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