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82]

샌. 2009. 8. 25. 10:15

대저 허정, 염담, 적막, 무위는

천지의 화평이요, 도덕의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제왕이신 성인은 한가할 뿐이다.

한가하면 허(虛)하고, 허하면 실(實)하고, 실하면 서로 화락한다.

허하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동(動)하고, 동하면 얻는다.

고요한 것은 무위함이요,

무위하면 일을 맡아 책무를 다한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

天地之平而道德之至

故帝王聖人休焉

休則虛 虛則實 實則倫矣

虛則靜 靜則動 動則得矣

靜則無爲

無爲也則任事者責矣

 

- 天道 2

 

장자가 생각하는 마음의 근본 자리는 허정, 염담, 적막, 무위라는 네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천지를 화평케 하는 것이요, 도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네 단어의 의미를 구분하기보다는 허정을 대표 개념으로 써도 될 것 같다. 허정(虛靜)이란 마음에 잡념이나 망상이 없이 조용한 상태를 가리킨다. 세상물이 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자리다. 허(虛)란 비어있다는 뜻인데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이기보다는 자아(自我)의 선입견이 없는 마음이다. 정(靜)은 물욕과 감정의 파도로부터 벗어난 고요함이다. 허이므로써 정이 되고, 다시 무위로 연결된다. 범부로부터 제왕까지 이런 마음을 회복해야 세상이 바르고 고르게 될 것이다.

 

장자가 추구한 것은 이런 근본적인 마음의 혁명이었다. 허정(虛靜)이란 종교적 해탈이나 거듭남과 비슷하다. 그것은 자아 포기, 자아 버림과 같은 뜻이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면 나를 버리고 신의 빛으로 채우는 것이다. 서양의 어느 분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기쁨은 '자기'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비우기'[虛心]가 어디 말처럼 쉽더냐. '마음 낮추기'[下心]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허정이란 말장난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그놈의 고개를 조금 숙이지 못해 문지방을 넘다가 머리를 아프게 박았다. 아무리 마음공부를 한다고 한들 바닷가의 수많은 모래알 중에서 겨우 모래 한 알 옮기는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마음 다스리기는 그만큼 지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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