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담이 물었다. "인의는 사람의 본성인가?"
공자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군자는 인이 없으면 안민(安民)할 수 없고
의가 없으면 살릴 수 없으니
인의는 참으로 사람의 본성입니다.
인의가 아니면 장차 어찌 다스리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묻겠는데 무엇을 인의라고 하는가?"
공자가 답했다. "마음속으로 만물과 함께 즐거워하고
겸애하고 무사(無私)하다면
이것이 인의의 진실된 모습입니다."
노담이 말했다. "그럴까?
뒷말은 위태롭구나!
대저 겸(兼)이란 우원한 것이 아닐까?
사(私)를 없애겠다는 것 또한 사사로움일 뿐이다.
그대가 만약 온 천하 사람들에게
양생을 잃지 않도록 한다면
천지는 본래의 상도가 보존될 것이다.
그대도 역시 천지의 덕을 본받아 행하고
도를 따라 나아가면 이미 지극한 것이거늘,
또 어찌 애써 인의를 들고 다닌단 말인가?
마치 북을 치며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것처럼
그대는 사람의 본성을 어지럽히고 있다네."
老聃曰 請問 仁義人之性邪
孔子曰 然
君子 不仁則不成
不義則不生
仁義 眞 人之性也
又 將奚爲矣
老聃曰 請問何謂仁義邪
孔子曰 中心 物愷
兼愛 無私
此仁義之精也
老聃曰 意
畿乎 後言
夫兼愛 不亦迂乎
無私焉 乃私也
夫子 若欲 使天下
無失 其牧乎
則 天地固有常矣
夫子 亦放德而行
循道而 趨已至矣
又何 偈偈乎偈仁義
若 擊鼓而 求亡子焉
夫子 亂人之性也
- 天道 4
엉망진창인 한국의 교육현실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은 도덕교육과 예절교육을 강화하면 되고, 사교육은 방과후 학교로 잡으면 된다. 교원평가제를 해서 순종적이진 못한 교사를 길들이고, 아이들에겐 1등이라는 환상을 쫓게 하면서 채찍과 당근으로 훈육한다. 또 학자들은 공청회나 심포지엄을 열면서 학부모의 눈을 가리고 문제 제기를 적당히 중화시켜 준다.
이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지만 장자가 유가의 인의를 비판하는 것은 그것이 본(本)이 아니고 말(末)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교육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은 경쟁과 1등 독점체제를 전제로 하는 교육 정책은 가지만 건드리는 대증요법일 뿐이다. 대학의 평준화나 직업의 평준화가 어느 정도나마 이루어진다면 교육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유가가 주장하는 인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장자가 보기에는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도리어 문제만 키우고 세상을 어지럽히기만 한다.
도덕경에 '큰 도가 없어지자 인의가 생겼다'[大道廢 有仁義]는 구절이 있다. 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도의 회복에 있다. 인의란 그런 세상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덕목일 뿐이다. 유가에서 인의를 강조하는 것은 달 대신에 달을 가리키는손가락을 바라보라는 것과 같다. 장자가 보기에 그것은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언설이다. 달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즉,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의 원리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통찰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써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도 혁명적인 변화가 온다. 확실히 장자 철학은 돈오(頓悟)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