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83]

샌. 2009. 8. 30. 11:36

옛날 순이 요임금에게 물었다.

"천왕의 마음씀은 어떻게 합니까?"

요임금이 답했다.

"나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를 오만하게 대하지 않고

궁색한 민중을 버리지 않으며

죽은 자를 괴로워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과부를 애통해한다.

이것이 내 마음씀이다."

순이 말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러나 위대하지는 못합니다."

요임금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

순이 답했다. "하늘이 덕성스러우면 땅은 안녕하며

일월이 비추면 사시는 운행합니다.

낮과 밤이 상도가 있고

구름이 운행하여 비가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요임금이 말했다. "나는 집착하고 요란스러웠구나!

그대는 하늘에 부합했는데, 나는 사람과 부합했구나!"

 

昔者舜問於堯

曰 天王之用心何如

堯曰

吾不敖無告

不廢窮民

若死者 嘉孺子

而哀婦人

此吾所以用心也

舜曰 美則美矣

而美大矣

堯曰 然則何如

舜曰 天德而出寧

日月照而四時行

若晝夜之有經

雲行而雨施矣

堯曰 膠膠擾擾乎

子 天地合也 我 人之合也

 

- 天道 3

 

여기서는 순과 요임금의 대화를 통해 무위(無爲)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위란 자기 주장을 버리고 모든 것을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요임금이 훌륭한 덕치를 펼치지만 도(道)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마음씀'[用心]이 있다는 것은 요의 통치가 유위적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제왕의 도 역시 천지가 그러하듯 무심과 무위여야 한다.

 

햇빛은 마음에 드는 사람의 집 마당이라고 더 환히 비쳐주지 않는다. 보기 싫은 사람이라고 빛을 거두지도 않는다. 햇빛이 비치는 것은 누구를 편애하고 누구를 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두루두루 무심하게 비출 뿐이다. 선인이나 악인의 구별도, 죽은 자나 산 자의 구분도 없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차별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심이고 무위의 마음이다.

 

무위란 집착이 없으며 요란스럽지 않다. 정치 역시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무위는 커녕 유위 조차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 높은 산은 낮추고, 골짜기는 메우려는 것이 그나마 나은 유위의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장자가 말하는 무위의 정치란 하늘의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비록 무위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순으로부터 지적은 받았지만, 그래도요임금 같은 현인이 그리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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