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달개비에는 자주색이 없다. 우리가 흔히 보는 자주달개비 꽃은 짙은 하늘색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표현하자면 하늘달개비라고 해야 옳다. 이 꽃이 북아메리카 원산이라고 하니까 그쪽에는 자주색의 달개비가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관상용으로 개발되면서 여러 색깔이 변종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주달개비의 하늘색은 무척 진하면서 선명하고 곱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빛이 날 듯 눈부시다. 내가 본색깔 중 가장 빛나는 하늘색이다. 또 하늘색 꽃잎을 배경으로 돋아난 작은 꽃술도 귀엽다. 보통 달개비라고 하면 닭의장풀을 가리키는 다른 꽃이다. 자주달개비는 서양이 원산이어서 양달개비라고도 부르지만 마치 우리 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지용 시인은 달개비 꽃을 으깨 푸른 꽃잎 잉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도라지 꽃으로 잉크를 만들어 연애편지를 쓴 추억을 말해 주었다. 그 때는 낭만의 시대였던 것 같다. 나도 그런 경험과는 무관한데 요즈음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생소할 것이다. 그래도 시대를 떠나서 지금도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할 때 이런 꽃물 편지를 이용한다면 감동이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