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바닷가에 피어 있는 붉은 해당화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꽃은 화려하지만 애처롭고, 모래땅에서 자라기에 강하게 보이면서도 여리게 느껴진다. 노래 가사에서 보듯 해당화에는 무언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의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서해에 갔을 때 비록 철이 지나 시들고 있었지만 해당화를 만나서 반가웠다. 해당화는 5, 6월이 꽃의 절정기라고 한다. 늦은 덕분에 이번에는 해당화 열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열매가 크고 붉었다. 또한 줄기에는 가시가 많았는데 장미과에 속하는 공통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같이 내륙 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해당화는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의 꽃이다. 바다라야 고작 여름에 잠깐 찾을 정도였으니 해당화를 직접 보기는 그만큼 어려웠다. 그래서 상상만으로 만개한 해당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는 해변을 그려본다. 언젠가는 그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서....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해당화 /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