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

샌. 2009. 5. 15. 13:50

얼마전 EBS에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내가 본 것은 주로 착각에 대하여 다룬 내용이었다. 그 프로를 보면서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론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생기는 착각들을 보여 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착각을 하고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자신이 보고 생각하고 믿는 것이 절대적이고 전부라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착각의 원인은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자기애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온갖 편견과 선입견이 생겨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착각에 대해 쉬이 인정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인간 감각 기관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눈이 보는 것은 전체 전자기스펙트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이 우주의 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못 보는 세계가 수백 배나 더 넓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하긴 태어날 때부터 못 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더구나 인간은 보이는 것 조차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을 따름이다.

착각에는 개인적인 것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도 있다. 인간이 사회화 과정을 밟으며 습득한 고정관념들이 그런 사회적 착각을 형성한다. 실은 이것이 개인적인 착각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세상을 보는데 의문과 회의에 바탕하지 않는다면 이런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일정 부분이나마 착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모든 착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착각이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아름다운 착각이 있다.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 첫발을 내디디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착각, 언젠가는 세계 최고가 될 거라는 착각,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착각, 세상이 아름답다는 착각같은 것은 사람을 의욕적으로 만들고 행복하게 한다. 그런 착각 속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이왕 착각할 거라면 긍정적으로 착각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착각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어쨌든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다. 긍정적 착각이든 부정적 착각이든 착각은 착각일 뿐이다. 인간은 그나마 긍정적 착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아미엘의 일기'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진정한 진리란 바로 인간의 착각이다. 인간은 기만을 희망이라 부른다. 희망만이 남았다고 착각한 판도라의 상자에는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노인들은 이 삶의 진실을 죽기 직전 깨닫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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