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69]

샌. 2009. 5. 2. 07:46

구름의 주신 운장이 동해의 신목 부요를 지나다가

홍몽을 만났다.

홍몽은 마침 넓적다리를 두드리며 참새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운장은 그것을 보느라고

갑자기 멈추어 망연히 서 있었다.

운장이 말했다.

"노인장은 뉘신지요? 노인장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홍몽은 놀기를 그치지 않으면서 운장에게 대답했다.

홍몽이 말했다. "놀고 있다!"

 

雲將東遊 過扶搖之枝

而適遭鴻蒙

鴻蒙方將부비雀躍而遊

雲將見之

상然止 지然立

수何人邪 수何爲比

鴻蒙부비雀躍不輟 對雲將

曰 遊

 

- 在宥 5

 

이번에는 운장과 홍몽의 대화인데 여기서는 그 내용보다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 주목한다. 운장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고 홍몽은 지인(至人)의 상징이다. 운장이 스승을 만나서 놀란 것은 놀고 있는 스승의 모습이다. 스승은 명상에 잠긴 도사의 모습이 아니라 참새처럼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놀고 있다!"고 간단히 대답한다.

 

인생을 놀이로 여기고 즐길 수 있으려면 어린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어린이는 놀면서 자라난다. 어린이에게는 삶이 곧 놀이다. 아직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천진한동심은 모든 것을 놀이로 환원한다. 세상은 꽃이 만발한 화원이고, 아이들은 그 사이를 참새처럼 나비처럼 뛰어놀 뿐이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마음을 돌이켜서 어린이들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에도 아기부처의 관욕식이 있다. 그런 말씀이나 의식은우리가 믿음을 통해 돌아가야 할 원형의 세계를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이란 결국 인간 본성의 회복이고,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천진무구의 상징이던어느 시인도 이 세상살이를 소풍 나온 것에 비유했다. 탐욕도 집착도 버리고 그렇게 순수하고 빈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고작 부귀영화, 무병장수나 바라면서 쩨쩨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 떠나는 날, "잘 놀다 간다!"라고 한 마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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