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70]

샌. 2009. 5. 9. 07:59

그러한 자는 금을 산에 감추고 구슬을 못에 감춘 것 같고

재화를 이(利)로 취하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장수를 즐기지 않고 요절을 슬퍼하지 않는다.

또 그러한 자는 영달을 영화롭다 하지 않고

궁핍을 추하다 하지 않으며

일세의 이익을 가로채

자기가 사사롭게 얻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천하를 다스려도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지 않고

혹높은 자리에 있으면 밝기만 하다.

그에게는 만물이 한 몸이요, 사생이 같은 모습이다.

 

若然者 藏金於山 藏珠於淵

不利貨載 不近貴富

不樂壽 不哀夭

不榮通

不醜窮

不拘一世之利

以爲己私分

不以王天下爲己處顯

顯則明

萬物一府 死生同狀

 

- 天地 1

 

여기서는 군자(君子)의 성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편에 나오는 군자라는 용어나, 인(仁)과 치(治)를 긍정하는 내용 등이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자왈(夫子曰)로 시작되는 글의 형식도 그렇다. 아마 이 부분은 장자의 말이 아니라 후대 제자들의 기록으로 보인다.

 

더구나 천지 편의 서두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군주는 덕에 근원하고 하늘에서 정한 것이다(君原於德 以成於天).' 이는 아나키스트였던 장자 사상과 반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군자든 지인이든 이상적 인간상에 대해서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든 아니면 현실에서 한 발 물러서 있든 그런 사람은 현실의 이욕에서 초월해 있다는 점이다. 너와 나의 구별이나 분별심이 없다. 그에게는 세상이 한 몸이요, 죽고 삶이 같은 모습이다. 그러므로 유가와 도가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해 보는 노력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72]  (0) 2009.05.28
장자[71]  (0) 2009.05.22
장자[69]  (0) 2009.05.02
장자[68]  (0) 2009.04.25
장자[67]  (0) 2009.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