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청계산 망경대에 오르다

샌. 2009. 3. 28. 20:13

대학 동기들과의 두 번째 정기 산행으로 청계산에 올랐다. 이번에는 여섯 명이 함께 했다. 옛골에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왼쪽 능선을 탔지만 우리는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흙길이 경사가 완만하면서 부드러워 걷기에 좋았다.

 

청계산(淸溪山)은 이름대로라면 맑은 계곡이 있을 법 한데 이름값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가 오른 길이 청계산에서 제일 큰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이었다. 그 계곡 옆에서 잠시 휴식할 때 주위를 둘러보다가 꿩의바람꽃 군락지를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고 일부만 꽃잎을 수줍은 듯 열었다.

 



급경사를 올라혈읍재에 이르렀다. 혈읍재는세종시대의 유학자 정여창(鄭汝昌, 1450-1504) 선생이 청계산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성리학적 이상국가 실현이 좌절된 데 대해 이 고개를 넘으며 통분해서 울었고 그 통곡 소리가 산 아래까지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뒤에 후학들이 이 고개를 혈읍재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혈읍재에서 왼쪽 오르막을 오르면 청계산 최고봉인 615 m의 망경대에 이른다. 다만 정상에 군부대가 있어 통행에 제한을 받는 것이 흠이다. 정상부에는 눈이 남아 있어 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어떤 사람은 오르는 걸 포기하고 다시 내려갔다. 망경대(望京臺) 역시 슬픈 역사적 사연을 가지고 있다. 조견을 비롯한 고려말의 신하들이 청계산에 은거하면서 나라가 멸망한 것을 비통해 하며 이곳에 올라 개경을 바라보고 슬피 울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산은 동쪽 방향의 능선길을 따라 다시 옛골로 내려갔다. 중간에 이수봉(545 m)이 있었는데 이곳 역시 정여창과 관련이 있는 지명이다.정여창이 이곳에서 은거하며 생명의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다 하여 이수봉(二壽峰)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종내는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김종직 등과 함께 사사되었다.

 

개인적으로 청계산은 오래 전에 자주 올랐던 산이라 감회가 깊었다. 오늘 산행은 예상보다 길고 험했다.옛골에 있는 이수봉산장 식당에서 소주 한 잔씩 나누고 버스편으로 양재까지 나와서 헤어졌다.

 

- 산행 경로 ; 옛골 - 혈읍재 - 망경대 - 이수봉 - 옛골

- 산행 시간 ; 10:30 -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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