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2]

샌. 2008. 8. 6. 19:46

송나라에 형씨들의 소국이 있었는데

가래나무, 잣나무, 뽕나무가 많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그것이 한두 줌 이상 크면

원숭이 말뚝으로 베어 가고,

서너 아름이 되면

고관집 용마룻감으로 베어 가고,

일고여덟 아름이 되면 귀인 부잣집의

널판잣감으로 베어 간다.

그래서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에 도끼에 찍혀 죽고 만다.

이것이 쓸모 있는 재목들의 환난이라는 것이다.

 

宋有荊氏者

宜楸栢桑

其拱把以上者

狙후之익者斬之

三圍四圍

求高名之麗者斬之

七圍八圍 貴人富商之家

求전傍者斬之

故未終其天年

而中道已夭於斧斤

此材之患也

 

- 人間世 6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이 실용주의다. 효율과 경쟁을 통해 국가 이익을 최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잘못 하다가는 천박한 장사꾼적 셈법으로 나라를 운영할 위험이 크다. 든든한 도덕적 바탕이 없는 실용주의는천민 자본주의에 빠질가능성도 있다. 실용이 오직 부자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된 실용주의는 쓸모 있음과 없음을구분하고, 그중하나를 배척한다.

 

그러나 세상에 쓸모 있다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장자는 세상이 요구하는 쓸모 있음에 대해 회의를 제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쓸모'에만 집착하다 보면하늘로부터 받은 천품을 잃어버리게 된다. 장자는 도리어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無用之用]을 강조한다. 재목감이 되는 좋은 나무는 일찍 베어질 뿐이다. 긴 세월 동안 산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눈에 쓸모 없다고 여겨진 나무다. 물론 오로지 천수만 다하는 것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장자는 천박하게 이해된 실용주의나 실리주의를 비판한다. 요령껏 세상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자신을 성찰하고 회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세상적 재주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유하자면 그런 사람은 일찍 베어지는 나무와 같다. 세상에 대해서는 도리어 쓸모 없는 사람이 되라고 장자는 권유하고 있다. 그것이 지혜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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