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4]

샌. 2008. 8. 20. 12:28

다른 점에서 보면

간과 쓸개는 초나라와 월나라 만큼 다르지만,

같은 점에서 보면

만물은 모두 하나다.

대저 그런 사람은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덕이 조화로운 곳에 마음을 노닐게 하며

사물을 일체로 보고

그 득실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리를 잃었어도

몸에 묻은 흙을 털어버린 것처럼 생각한다.

 

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

夫若然者

且不知耳目之所宜

而游心於德之和

物視其所一

而不見其所喪

視詳其足

猶遣土也

 

- 德充符 1

 

왕태는 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제자가 공자의 제자만큼 많았다. 공자의 제자 중 하나가 의아해서 공자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위의 글은 이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 중한 구절이다.

 

장자는 덕(德)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예로 불구자를 내세웠다. 그것은 겉모양이나 세속적인 신분의 무의미함을 주장하는장자다운 해학일 수 있고, 또는 그 불구자가 우리를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 둘의 의미가 모두포함되어 있지 않나 싶다. 여기서 장자는 공자의 입을 빌려 왕태 같은 성인(聖人)의 마음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는 사람들을 가르치지 않지만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것은 그의 텅 빈 마음 탓이고, 그런 마음을 존경하고 거울삼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겉모양이 아니고 속마음이다.

 

성인의 마음에는 분별지(分別智)가 없다. 성경의 창세기에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후 눈이 밝아졌다는 것이 분별지를 의미한다.그러나 세상을 살아가자면 분별심이 없어서는 안 된다. 살아간다는 것이 대상을 나누고 구분하는 사고며 행위다.분별지가 없다는 것은 분별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분별은 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인의 마음은 비분별지(非分別智), 즉 무차별심(無差別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공평무사하게 대하고 긍정한다. 사리사욕이 없는 텅 빈 마음이다. 그러므로 원융무애(圓融無碍)하며 어디에도 걸림이 없다.

 

왕태는 발이 없는 것을 그저 다리에 묻었던 흙덩이 하나가 떨어진 나간 것으로 여긴다. 이런 사람이니 생사마저 초월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가르침을 받으러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람은 말이 아닌 삶으로 사람들을 교화한다. 덕이 마음에 가득하면 저절로 겉으로 드러난다. 이 장의 제목인 '德充符'의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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