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5]

샌. 2008. 8. 23. 15:09

내가 선생님을 따라 배운 지 십구 년이지만

선생은 내가 올자임을 아직 모르는 것 같으이.

지금까지 그대와 나는

육체의 내면에서 교유해 왔는데

그대는 나를 육체의 외면에서 찾고 있으니

역시 잘못이 아닌가?

 

吾與夫子游十九年矣

而未嘗知吾兀者也

今子與我

游於形骸之內

而子索我於形骸之外

不亦過乎

 

- 德充符 2

 

올림픽에서 똑 같은 메달을 따도 사람들 관심은 온통 잘 생긴 선수에게 쏠린다. 베드민턴 혼합복식조에서 우승했지만 한 사람은 스타가 되고, 한 사람은관심 밖이다. 우선 얼굴이 예뻐야 사랑을 받고 대접을 받는다.태와 용모가 이렇게 중시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외모제일주의는 그만큼 정신세계에 대한 외면을 뜻한다. 사람들은 세태를 따라 더욱 겉모양에 신경을 쓰고, 세상은 점점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겉모양은 번드르하고 화려하나, 그럴수록 속세계는 썩어가고공허해지니 어쩌랴.

 

신도가(申徒嘉)는 죄로 발꿈치를 잘린 병신[兀者]이다. 그런 신도가가 같은 스승 밑에 제자인 것이 자산(子産)은 부끄러웠다. 그래서 함께 다니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 대목은 둘의 논쟁 중에 나오는 신도가가 한말의일부분이다. 자산과 달리 스승 백혼무인(伯昏無人)은 함께 지낸지 19 년이 되지만 그가 올자(兀者)인지도 의식하지 않는다. 인간을 겉모습이 아니라 정신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자산도 자신의 그릇된 견해를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친다.

 

하지만 우리 역시 자산과 같은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 사람을 외모나 사회적 직위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로 대하지 못한다. 또는 자신의 입맛에 따라 구별하고 차별한다. 잘못된 선입견으로 상대를오해하는 일도 흔하다.돌아보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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