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7]

샌. 2008. 8. 31. 18:16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다.

이를 일러 진짜 건망증이라 한다.

 

人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此謂誠忘

 

- 德充符 4

 

장자는 속보다 겉을 중시하는 세태를 조롱한다. 여기서도 흉한 불구의 모습을 한 사람들에게 임금들이 인격적으로 설복 당하는 예화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 진짜 건망증 환자들인 것은 장자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 하고, 또 그 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건강보다는 몸의 건강을 우선 생각한다. 몸이 병 들면 천지가 무너지는 듯 놀라지만, 마음이 병 드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진짜 무서워 할 것은 마음의 병이다.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겉모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또 세상이 그렇게 부추기고 있다. 아름답게 되고 싶은 욕구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내면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마네킹이나 인형에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외모나 몸의 건강에 투자하는 만큼 내면 세계에도 신경을 쓴다면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에는 무관심한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장자는 '진짜 건망증'[誠忘]이라고 불렀다. 우리 일상에서깜빡하는건망증은 이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진짜 건망증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모르는 무지라 할 수 있다. 아니, 알긴 해도 사람들은 세태에 편승하는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한다. 그러나 화려하고 편해 보이는 그 길이 종내는 속박과 근심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 장자는 그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우화를 들어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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