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33]

샌. 2008. 8. 9. 09:07

산(山) 나무는 스스로 적을 부르고

등잔불은 스스로 몸을 태운다.

계피는 먹을 수 있으므로 베이고

옻은 쓸 수 있으므로 쪼개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한 것을 쓸 줄 알지만

무용한 것을 쓸 줄은 모르는구나!

 

山木自寇也

膏火自煎也

桂可食 故伐之

漆可用 故割之

人皆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

 

- 人間世 7

 

장자가 살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난세였다.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제 수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무수히 죽어갔다. 장자의'無用之用' 사상은 아마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잉태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장자가 모든 '有用'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의 쓸모에 얽매여 더 큰 쓸모를 희생하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고 본다. 또는 관점의 전환이다. 자신이나 세상의 이즘이나 신념에 속박되어 심신을 상하는 것보다는, 세상에서는 바보 같이 보일지 몰라도 정신적 자유인이 되라는 권고다. 부귀와 명리를 초월한 그런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바보 같고, 우스운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이 인간세 편은 난세를 살아가는 처세훈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장자가 예로 든 인물 중에 불구자 소(疎)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병신이라고 부르지만 소는 징집되지도 않고 부역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나라의 보조를 받으며 활기차게 산다. 그리고 장자는 우리에게 정신적인 세계에서의 소가 되라고 권고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관이나 덕(德)을 숭상하지 말고, 또 세상의 평가에 얽매이지 말고, 욕심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권고다. 장자는 세상의 쓸모와는 차원이 다른 더 큰 쓸모 있는 삶을 살라고 한다.그것은 현실도피적이기 보다는세상과는 다른 차원의 또 다른 적극적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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