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9]

샌. 2008. 7. 12. 19:02

인력으로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아

운명처럼 편안히 하는 것이 덕의 지극함입니다.

남의 신하와 자식이 되는 것은

진실로 그것을 벗어던질 수 없는 것이니

일을 행함에 자기 몸을 잊는 것입니다.

어느 겨를에 삶을 즐기고 죽음을 싫어하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만물을 타고 마음에 노닐며

멈추게 할 수 없는 순리에 맡기면

무위자연의 중앙을 보양함이 지극할 것입니다.

어찌 인위로 지어내서 보고하겠습니까?

천명을 이루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知其不可奈何

而安之若命 德之至也

爲人臣子者

固有所不得已

行事之精而忘其身

何暇至於悅生而惡死

夫子其行可矣

且夫乘物而遊心

託不得已

以養中至矣

何作爲報也

莫若爲致命

此其難者

 

- 人間世 3

 

섭공 자고(子高)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명을 받고 두려워하며 공자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위의 말은 공자가 자고에게 충고한 내용 중의 일부이다. 물론 공자의 입을 빌린 장자의 말이다. 여기서도 '安命' '致命' '不得已' '忘身' '乘物' '遊心' '養中' 같은 도가(道家)적 개념의 용어들이 나온다.

 

장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하늘의 뜻, 즉 운명으로 알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일종의 순명론(順命論)이라고 할 수 있다.그 예로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을 든다. 어버이를 섬기는데 처지를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모시는 것을 천명(자연법칙)이라고 했다. 그리고 천명을 이루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장자도 고백한다.

 

자신의 타고난 또는 주어진 처지를 긍정하며 살기란 무척 어렵다. 나 자신을 돌아보아도 마찬가지다.나를 잊고 순리대로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안 되는 일을 되려고 하다 보니 억지도 부리게 되고 갈등의 소지를 만든다. 그러고 보니 순리란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일인지 모른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감사하며 사는 것이 순명(順命), 또는 안명(安命)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31]  (0) 2008.07.27
장자[30]  (1) 2008.07.20
장자[28]  (0) 2008.07.06
장자[27]  (0) 2008.06.29
장자[26]  (0) 2008.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