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8]

샌. 2008. 7. 6. 09:24

인적이 없는 닫힌 문을 보라!

빈 방에 문틈으로 햇살이 비친다.

길하고 상서로움이 머문다.

대저 가기만 하고 멈추지 않으면

앉아서도 달리는 자라고 말한다.

 

瞻彼결者

虛室生白

吉祥止止

夫且不止

是之謂座馳

 

- 人間世 2

 

이 구절이 좋아 한때는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매일 음송하기도 했다. '텅 빈 방에 환한 햇살'로 표현된 마음 상태는 내가 이르고 싶었던 이상이었다.

 

심재(心齋)란 마음을 비우는 것이고, 그렇게 세상과 자신과의 울타리를 헐 때 빛과 하나가 된다. 그런 연후에 세상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해도 무방하다고 공자는 안회에게 가르친다. 즉, 두려움이나 개인적 야망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마음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안회의 정치 참여를 두고 시작된 말이지만 공자를 통해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마음 비움'이다. 기본은 그것으로 귀결된다.

 

반면에 좌치(座馳)란 몸은 앉아 있으나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분주한 상태다. 고요한 절간에 있어도 마음이 분주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신 저잣거리에 있어도 좌망(座忘)의 경지가 가능하다.

 

장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들 의식의 변화, 존재의 탈바꿈이다. 닫힌 자의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비우고 우주의 빛과 하나되는 것, 거기에 참된 행복이 있다고 장자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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