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5]

샌. 2008. 6. 15. 09:40

꿩은 비와 이슬을 맞으며 열 걸음에 한 번 쪼고

백 걸음에 한 모금 마시더라도

조롱 속에 갇혀 길러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먹고살기야 풍성하겠지만 그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澤雉十步一琢

百步一飮

不기畜乎樊中

神雖王不善也

 

- 養生主 3

 

이 구절이 좋아서 한 때는 '澤雉[못가의 꿩]'를 내 호로 써본 적도 있었다. 못가의 꿩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단한 일상을 살지라도 결코 조롱에 갇혀 길러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주인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안락함보다 더 소중한 것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조롱이란 우리들을 옭아맨 속박과 굴레다. 또는 세상에 길들여지고 순치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 존재에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은 조롱이 조롱인 줄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다. 그렇게 젖어 살다보면 종내는 조롱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나를 둘러싼 조롱을 깨닫는 것이 자유을 얻는 첫 단계이다. 그런 점에서 나의 조롱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그리고 우리가 구하는 것들이 조롱 숙의 행복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장자는 자유와 해방의 복음이다. 우리를 조롱 속의 꿩이 아니라 못가의 꿩이 되라고 한다. 비록 한 조롱을 벗어나면 또 다른 조롱 속에 갇히게 될지라도 그러므로써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가 아니더라도 한 걸음의 자유도 그만큼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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