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6]

샌. 2008. 6. 22. 07:25

선생이 태어난 것은 때를 만난 것이요

죽은 것은 자연에 순종한 것이네

때를 편안히 여기고 천리에 순응하면

슬픔과 기쁨이 들어올수 없지

옛사람은 이를 일러

천제(天帝)의 저울에서 해방됨이라고 말했네

 

適來夫子時也

適去夫子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

古者謂是

帝之懸解

 

- 養生主 4

 

노자가 죽자 벗이였던 진일(秦失)이 조문을 갔는데 곡만 세 번 하고 나왔다. 크게 슬퍼하지 않는 걸 보고 제자들이 의아하게 여겼다. 그런데 진일은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이탈하는 것이며,형식적으로 곡하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짓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것은 죽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인 탓도 크다. 그러나 장자의 관점에서 미지(未知)는 두려움이 될 수 없다. 탄생과 소멸은 자연의 한 과정이고, 죽음 후의 세계를 알 수가 없지만 천리(天理)에 맡기면 된다. 죽음 앞에서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은 자연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여기서 장자는 삶을 매이는 것, 죽음을 해방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숙명적으로 존재적 부자유와 제약 속에 갇히는 것이다. 반면에 죽음은 그런 매임에서 풀리는 것이다. 이것을 '현해(懸解)'라고 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한 과정이고, 거기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더구나 죽음은 삶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기피하거나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렇듯 죽음도 환영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장자적 삶의 태도다. 그런 자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자신을 버리고 하늘의 뜻에 순명하며 살 때 가능하다. 그것이 양생(養生)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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