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가 말했다.
"감히 마음의 재계에 대해 묻습니다."
공자가 답했다.
"너의 뜻을 전일하게 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정기로 들으라.
듣는 것은 귀에 그치고
마음은 징험(徵驗)에 그친다.
정기라는 것은 비어 있어 사물을 모사한다.
오직 도는 빈 곳에 머무는 것이니
비우는 것이 마음의 재계다."
回曰
敢問心齋
仲尼曰
一若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 物者也
唯道集虛
虛者心齋也
- 人間世 1
안회가 공자에게 폭군이 다스리는 위 나라로 가서 정의를 펴 보겠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공자와 안회의 긴 대화가 이어지는데, 결론은 심재(心齋)하라는 것이다. 여기 나오는 심재는 장자 사상를 나타내는중심 단어 중 하나다. .직역하면 '마음의 재계'지만, 마지막 구절의 '虛者心齋也'라는 설명이 있으므로 심재란 결국 '마음 비우기'라 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자기 부정에서 출발한다. 도(道)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떨쳐버려야 한다. 세속적 가치에 대한 회의와 부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그것은존재로서의 자기 부정으로 연결된다. 장자 철학은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종교적 가르침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장자 사상과 만나서 선불교를 잉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장자는 지적 인식보다는 직관을 중시한다. 감각이나 지각에 의한 마음의 작용을 멈출 때 우주적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정기[氣]로 듣는다는 의미다. 귀나 마음으로 듣는 것은 사물의 겉모습에 일희일비하는 것이다.사물의 본질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의 관념들을 버리는 자아 포기가 있어야 한다. 이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바울의 신앙고백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 빈 마음의 자리에 도(道)가 들어오고 그리스도가 자리 하신다.
문제는 '마음 비우기'가 나에게 어떻게 구현되느냐이다. 개인에 따라서 도에 이르는 길은 사뭇 다르다. 그 길을 진실되게 추구하는 것이 인생이다.도(道)는 단순히 바람이나 뜻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걸어가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그 과정이 어쩌면 도(道)인지도 모른다.사람살이가 참으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