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2]

샌. 2008. 5. 25. 09:11

어느 날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나비가 된 것이 기뻤고

흔쾌히 스스로 나비라고 생각했으며

자기가 장주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금방 깨어나자 틀림없이 다시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분별이 있는 것이니

이와 같은 것을 사물의 탈바꿈[物化]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昔者 莊周夢爲胡蝶

허허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遽遽然周也

不知 周之夢爲胡蝶與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 齊物論 15

 

앞에서도 꿈 이야기가 나왔는데 장자는 여기서도 우리의 삶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 있다. 나비가 된 꿈도 깨어나서야 알았듯,내가 지금 나로살아가는 현실도 다른 나비가 꾸는 꿈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그것은 깨어나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장자가 이렇게 꿈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정말 우리가 믿는 그대로인지, 내가 진정 나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으라는 것이다. 현실에 매몰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려는 것이 장자의 목적이다.

 

제물론의 마지막 단어가 '物化'이다. 여기서는 '사물의 탈바꿈'이라고 번역이 되어 있는데, 그 의미는 사물이 실재하는 본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불교 용어로는 '無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비와 장자는 서로 분별은 되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다. 도리어 한 존재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장자든 나비든 문제되지 않는다. 장자가 나비고, 나비가 곧 장자다.

 

이런 관점이라면 너와 나를 구별하고 자아에 집착하는 자기 중심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내 욕심을 충족시키는 노력은 결국 내 살을 파먹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장자는 아집과 편견에서 벗어난 관용과 사랑이 가득한 대동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러자면 우리 각자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때 우리에게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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