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9]

샌. 2008. 5. 3. 17:31

꿈속에서 즐겁게 술 먹은 자가

아침에는 통곡을 하고

꿈속에서 통곡을 한 자가

아침에는 명랑한 기분으로 사냥을 떠난다.

방금 그가 꿈을 꾸고 있었으나 그것이 꿈인 것을 알지 못한다.

꿈속에서 자기가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꿈을 깨고 나서야 그것이 꿈인 것을 안다.

역시 큰 깨달음이 있은 후에야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큰 꿈인 것을!

 

夢飮酒者

旦而哭泣

夢哭泣者

旦而田獵

方其夢也 不知其夢也

夢之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且有大覺 而後知此

其大夢也

 

- 齊物論 12

 

장자는 우리 인생은 한 바탕의 꿈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깨달음이란 인생이 꿈인 것을 아는 것이다. 꿈속에서는 꿈이라는 것을 모른다. 꿈에서 깨어나야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깨달음이란 '눈 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꿈이라는 것에는 인생무상의 의미가 들어있기는 하지만, 삶이 헛되다는 뜻은 아니다. 꿈 또한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살면서 무엇엔가에 집착하며 아둥바둥대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는 대개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중 한 쪽에 집착한다. 삶과 죽음, 빛과 그늘,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며 한 쪽은 좋아하고 다른 쪽은 싫어한다. 앞에서 장자는 여희(麗姬)을 예로 들며 삶과 죽음 중 어느 것이 좋은지를 어떻게 알 수 있냐며 우리들의 기성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꿈에서 깨고나면 꿈속에서 왜 그렇게 고통스러워했는지 한숨이 나올 것이다. 만약 꿈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안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꿈에서 죽는다고 해서 그렇게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이 그럴진대 다른 것이야 말해 무엇하랴. 장자는 우리 삶도 하나의 '큰 꿈'[大夢]이라고 말한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그것을 안다. 그러므로 무엇에고 집착하거나 아둥바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다. 꿈인 것을 안다면전개되어 가는 내 인생의 이야기를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즐길 수가 있다. 그것이 '깨달은 사람'[覺者]의 삶의 자세다.

 

장자를 읽으면서 배우는 것이 바로 그런 인생을 여유있게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비록 깨달음의 자리에는 이르지 못할지라도, 장자를 읽으면 조바심치는 내 마음이 진정되어진다. 그만큼 장자는 넓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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