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

샌. 2008. 4. 26. 11:50

만약 일월 곁에서 우주를 품고

다스림이 입술처럼 부합하고

혼돈에 맡겨두고, 노예를 돕고 존중한다면 어떻겠나?

세상은 모두가 안달인데 성인은 우둔하며

삼만세를 한결같이 순수를 이루어

만물은 모두 자연 그대로 감싸고 덮어준다면 어떻겠나?

 

奚旁日月挾宇宙

爲其문合

置其滑혼以隸相尊

衆人役役聖人愚芚

參萬歲而一成純

萬物盡然而以是相蘊

 

- 齊物論 11

 

구작자(瞿鵲子)의 질문에 대하여 장오자(長梧子)가 성인의 경지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모든 종교나 가르침에서는 이상적으로 숭앙하는 인간형이 있다. 노장에서의 성인은 무위(無爲)가 내면화된 초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세상을 벗어나 있는 은둔자는 아니다.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세속에서 도피하여 힘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묘법이나 터득한 사람이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여 지칠 줄 모르고 인간 세상의 대립과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분은 포월자(包越者)라는 용어를 썼다.

 

그러므로 잘못 하다가는 껍데기만 성인 흉내를 내는 사이비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자기 만족에 빠진 사람이 범하기 쉬운 오류이다.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생명을 살아가는 묘미면서 어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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