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

샌. 2008. 4. 22. 09:20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 병이 걸려 죽을 수도 있으나

미꾸라지도 그런가?

사람은 나무 위에 오르면 무서워 벌벌 떨지만

원숭이도 그런가?

이 셋 중에서 누가 올바른 거처를 안다고 생각하는가?

 

民濕寢則腰疾偏死

鰍然乎哉

木處則췌慄恂懼

猿후然乎哉

三者孰知正處

 

- 齊物論 10

 

장자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는 우열이 없다. 선악, 미추, 귀천의 구분은 인간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옛 사람들이 목숨까지 걸었던 도덕이니 인의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사회나 문화, 역사적 환경이 만든 임의적인 규범에 불과할 뿐이다. 장자의 관점은 철저히 상대적이며, 사물의 다원성과 다양성을 인정한다.

 

장자가 바른 거처, 바른 맛, 바른 아름다움에 대해서 예를 들며 사람과 뭇 동물들을 한 가지로 동등하게 취급한 사실은 재미있다. 미꾸라지, 원숭이, 사슴, 지네, 고라니, 올빼미 등과 사람은 동격으로 여겨진다. 인간은 자연의 한 부분일 뿐 결코 우월적 존재가 아니다. 이런 관점은 환경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에 들어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므로 장자 사상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 긍정이며 자연에 대한 근원적 통찰이 들어 있다.

 

장자 전편을 관통하는 가르침은우리가 길들여진 고정 관념이나 편견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베이컨도우리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네 가지 우상에 대해서 말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간 중심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편견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 편견에 대한 고집이야말로 논쟁과 다툼과 시비의 원인이 된다. 자신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이야 지난하겠지만 최소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만 가져도 이 세상은 훨씬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9]  (0) 2008.05.03
장자[18]  (0) 2008.04.26
장자[16]  (0) 2008.04.13
장자[15]  (1) 2008.04.06
장자[14]  (0) 2008.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