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

샌. 2008. 4. 6. 18:53

천하는 가을철의 가늘어진 털끝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

태산은 더욱 작은 것이며,

어려서 죽은 갓난아기보다 오래 산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백 살을 살았던 팽조도 일찍 죽은 것이다.

천지와 내가 함께 태어났다면

만물과 내가 하나가 된 것이다.

 

天下莫大於秋毫之末

而泰山爲小

莫壽於상子

而彭祖爲夭

天地與我竝生

而萬物與我爲一

 

- 齊物論 8

 

앞에서 장자는 옛사람의 지극한 지혜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분별과 선택을 초월하는 세계다.삶과 죽음, 낮과 밤, 좋음과 싫음, 취함과 버림이 반복되는 이분적 현상들에서 모든 것이 구별 없는 한 몸이라는 사실을 체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보는 관점에 따라서 사물이나 현상이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사물이 어떤 본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큰 지혜란 모든 사물들이 하나의 유기적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본성을 가지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는 없다.

 

크고 높은 지혜는 말이나 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 이해되는 것은 죽은 지식이다. 죽은 지식이나 이론은 짐만 보탤 뿐이다. 아무리 천지와 내가 한 몸임을 외운들 영적 자각이나 체험이 없으면 헛된 노고에 불과하다. 장자는 그런 직관적 깨달음을 중시한다. 그래야 상식의 세계를 초월한혜안(慧眼)이 열린다. 그때에야 천지는 털끝보다 작고, 일찍 죽은 갓난아이도 팽조보다 더 오래 살았음을 진실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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