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3]

샌. 2008. 3. 23. 07:44

원숭이 주인이 아침 먹이로 알밤을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성을 냈다.

이에 주인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은 모두 좋다고 했다.

 

狙公賦서

曰 朝三而暮四

衆狙皆怒

曰 然則 朝四而暮三

衆狙皆悅

 

- 齊物論 6

 

화 내는 원숭이를 보고 어리석다고 비웃지만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인간이 더 심하다. 장자가 말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리라. 우리는 대개 눈 앞의 이해득실에 얽매여 사물의 깊은 측면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분별과 시비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의 주의나 관념, 종교, 이데올로기에 편집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볼 때 그것은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보다,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가 옳다는 것에 목숨을 거는 것과 같다.

 

소위 전문가들이나 외곬 인생의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한 분야에 매진함으로써 전체적 삶의 이해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면에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될 위험성도 커진다. 세계를 전체적 관점, 요사이 유행하는 말로는 통섭적 관점에서 보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지도자가 되면 나라가 불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점점 더 경제제일주의와 물신숭배로 내몰리고 있다.

 

나 역시 그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넘어 삶의 깊은 차원을 볼 수 있는 마음이 눈이 먼 것은 마찬가지다. 장자는 이 유명한 고사의 비유를 통해'양행(兩行)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모든 길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것을 앎이며, 그런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야말로 세상과의 또 나 자신과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조화를 이루는 평화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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