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1]

샌. 2008. 3. 9. 09:23

저것과 이것을 패거리 짓지 않는 것이

도의 추뉴(樞紐)라고 말한다.

추뉴가 고리의 중앙을 잡기 시작하면 응변이 무궁하다.

옳다는 것도 하나같이 끝이 없고

그르다는 것도 하나같이 끝이 없다.

그러므로 자연의 명증함만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彼是莫得其偶

謂之道樞

樞始得其環中 以應無窮

是亦一無窮

非亦一無窮也

故曰 莫若以明

 

- 齊物論 4

 

세상을 사는 데 옳고 그름의 구별이 없을 수가 없지만 어느 한 쪽에 매이는 것이 늘 병폐다. 거기서 시비와 분별이 생기고, 너와 나의 구분이 일어난다. 성인이 보는 눈은 그렇지가 않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이 도추(道樞)다. 앞에 나온 표현으로는 '성인은 따르는 것이 없으며'[聖人不由], '자연에 비추어 본다'[照之於天]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장자는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진리라고 하는 것은 그냥 살아내는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떠들고 논쟁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상은 쉼없이 변하고, 시(是)였던 것이 다음에는 비(非)로 된다. 장자의 말은 그런 시비의 영역에 갇히지 말라는 얘기가 아닐까.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고 땅이다.

 

'자기가 행한 것만큼만 아는 것이다. 행하지 아니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 왕양명(王陽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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