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8]

샌. 2008. 2. 10. 13:08

지금 나는 내 몸을 잃었다. 너는 그것을 아느냐?

아마 너는 사람의 음악은 듣지만 땅의 음악은 듣지 못하고

땅의 음악은 듣지만 하늘의 음악은 듣지 못하는 것 같다.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汝聞人뢰 而未聞地뢰

汝聞地뢰 而未聞天뢰夫

 

- 齊物論 1

 

이것은 남곽(南郭)의 자기가 제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吾喪我'는 장자 전체를 꿰뚫는 핵심 문장이다. 비단 장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나 깨달음의 가르침에서의 핵심 의미이기도 하다. 앞의 '吾'와 뒤의 '我'는 서로 다른 '나'이다. '吾'가 '나'라는 존재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我'는 그 중에서도 초월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기세춘 선생은 이 '我'를 '내 몸'이라고 번역했는데, 단순히 육체적인 나를 뜻하지는 않는 것이라 본다. 나는 이것을 육(肉)에 속한 정신적 영역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나를 잃고, 버리고, 죽여야 한다는 것은 새 인간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옛 나'는 죽어야 한다. 죽어야 살 수 있다.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혁명이다. 불교 사성제의 멸(滅)이나 기독교의 십자가가 의미하는 것과 같다. 장자 사상 역시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리고 '喪我'는 과정으로서 파악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을 통해서 매일매일 구현되어야 할 가치이다.

 

사람의 음악, 땅의 음악, 하늘의 음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애매하다. 그러나 이번에 나는 이 셋을 인간에 있어서 정신의 삼층 구조로 해석해 보고 싶다. 몸, 정신, 영혼, 또는 프로이드가 말한 Id, Ego, Super-ego 같은 개념에 비교시키면 어떨까. 사람의 음악은 감각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대상과의 감각적인 접촉을 의미한다. 땅의 음악은 인지의 세계다. 그것은 대상과의 정신적인 교류를 의미한다. 자연과 또는 다른 생명들과의 애정 어린 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마지막 하늘의 음악은 영혼의 세계다. 절대진리와 접촉하는 것이고, 영안(靈眼)이 열리는 것이다. 이 하늘의 음악이야말로 바로 '喪我'에 들어간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사람의 음악은 누구나 듣는다. 땅의 음악 역시 정성을 다하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의 음악은 나를 버린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영적 영역에 속한다. 장자는 우리를 우리 자신을 초월하여하늘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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